글로벌 경기침체에 가격 하락‧재고 누적 영향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서 전체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감소한데다 반도체 가격 하락, 재고 누적 등의 영향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4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29.9%, –29.1%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1월 –44.5%를 기록하는 등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쇼크의 영향으로 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5% 줄어들면서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 2월 무역수지는 53억 달러 적자로 12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은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치하는 D램,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하락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은 57.1%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D램 고정가는 지난해 1분기 3.41달러에서 같은 해 3분기 2.85달러, 4분기 2.21달러로 하락한데 이어 올해 1~2월에는 1.81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낸드 고정가도 지난해 1분기 4.81달러에서 3분기 4.49달러, 4분기 4.30달러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 1~2월에는 4.14달러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지난해 2월 반도체 수출이 최고 실적을 달성한 데 따른 기저 효과도 나타났다. 많은 기업들이 미리 반도체를 구매하면서 올해는 반도체 수요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2월 반도체 수출은 103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3.8% 증가했다.
산업부는 “당분간 주요 반도체 제품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경쟁 반도체 기업의 투자 감축, 신규 서버 CPU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산업부는 ‘범정부 수출 확대 전략’을 마련해 반도체 수출 감소에 대응하기로 했다. 이날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월 수출 감소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주요국 수입 수요 감소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정부는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확정한 '범정부 수출 확대 전략'을 최대한 신속히 이행하는 등 총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수출 확대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 투자 확대를 위해 투자세액공제 범위를 상향하고 전력·용수 인프라 등 반도체 공장 입지 지원,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 후공정 기술 개발, 전문인력 15만명 양성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2월 수출과 무역수지를 보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모두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도체 경기의 반등 없이는 당분간 수출 회복에 제약이 불가피한,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산업 생산이 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긍정적 움직임이 있지만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추 부총리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호조로 2월 일평균 수출이 1월보다 다소 개선됐고, 말레이시아와의 FA-50 수출 계약, 바이오·콘텐츠·농식품 등 새로운 수출 유망품목이 잠재력을 보이고 있어 일부 긍정적인 조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이차전지·전기차 등 주력 산업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전·방산 등 12개 신수출 동력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