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021년 이후 지분 감소, 대응방안 모색"
국민연금이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모회사인 SVB 금융그룹의 주식 10만여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약 2320만 달러 규모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300억원에 달한다.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SVB 파이낸셜 그룹의 지분 10만795주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분 가치는 2319만 달러다. SVB 파산의 여파로 지난 9일 SVB 금융그룹의 주가는 지난해 말의 절반 수준인 106.04달러까지 하락했다. 현재는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공시된 2021년 말 기준 SVB 금융그룹 주식 투자 평가액은 3624억원으로 이 수치는 직접운용과 위탁운용을 모두 포함한 전체 투자액을 말한다. SEC에 신고한 수치는 국민연금의 직접 투자분만 포함돼 있어 위탁 투자액까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SVB 파산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공시 외 투자 내역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직접과 위탁 투자를 포함한 보유 지분은 2021년 말 대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SVB 금융그룹 투자금 300억원에 대한 회수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미국 지방은행의 연쇄 파산에서도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SVB, 시그니처 은행에 이어 연쇄 파산 가능성이 높은 은행으로 지목되고 있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부동산 대출에 많이 노출된 중소 지역은행 중 하나로 SVB와 시그니처 은행에 이어 파산 가능성이 큰 은행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주가가 이틀만에 30% 가량 급락했다.
13일 SEC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지분 25만2427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위탁운영 기금은 포함하지 않은 직접운용 투자금으로 평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3077만 달러, 한화로 404억원이다.
또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까지 SVB에 이어 폐쇄된 시그니처 은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의 홈페이지 공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시그니처 은행 보유 지분에 대한 평가액은 직접·위탁운용을 모두 포함해 62억원으로 당시 시세 기준으로 약 1만4000여주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지난해 국민연금은 시그니처 은행의 지분을 모두 청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통화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역대 최저인 -8.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기금 적립금은 890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8조원 감소했다.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제고를 위해 해외주식 비중을 확대를 예고했다. 지난해 기금운용위원회는 2027년까지 국내 주식의 비중은 14%로 줄이는 대신 해외주식 비중은 2027년까지 40.3%로 높이는 내용의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국민연금은 “SVB 파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나 보험 등 기관투자자가 SVB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