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의무매입’ 양곡관리법 국회 통과... 과잉 생산으로 쌀값 폭락 우려
‘쌀 의무매입’ 양곡관리법 국회 통과... 과잉 생산으로 쌀값 폭락 우려
  • 김세화
  • 승인 2023.03.24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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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농가소득 보장, 정부 재량권 확대”
정부 “본질은 쌀 의무매입, 부작용 커”
‘전략작물직불제’ 등 정부 정책도 영향
농민단체 “수급 불균형 해결되지 않아”

정부가 매년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쌀 의무 매입이 과잉생산을 부추여 쌀값 폭락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거부권을 시사했다.

23일 양곡관리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쌀값 하락 폭이 평년 대비 5~8% 이상이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이 골자로 한다. 다만, 법령이 정한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매입 기준은 시행령을 통해 정부가 정하도록 했다.

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은 “당초 원안은 ‘3% 이상 초과 생산’, ‘5% 이상 가격 하락’ 등 단일 기준이었지만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해 정부 재량권을 확대했다”며 “법 개정을 통해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 보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벼 재배면적이 증가한 해에는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추가 생산량을 매입하지 않아도 되고 재배면적이 증가한 지자체의 경우에는 농식품부 장관이 매입 물량 감축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의무매입’이라는 틀이 유지되는 한 정부의 재량권이 있더라도 여전히 부작용이 크다며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났다.

이날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가장 우려한 부분이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것인데 개정안에는 의무매입이라는 본질적인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쌀 생산 농가와 농업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농식품부 장관으로서 헌법에 따라 법률안에 대한 재의 요구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쌀 의무 매입이 쌀값 안정이나 농가 소득 보장에 전혀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앞서 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 원안을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의무 매입시 소요되는 예산은 2027년 1조1872억원, 2030년 1조4659억원으로 올해 예산액 5737억원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오히려 매년 쌀 소비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쌀 과잉 생산 현상이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의무 매입 기준을 완화한 수정 개정안을 기준으로 다시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원안과 큰 차이가 없다”며 “미세한 수치 조정만으로는 농가의 쌀 생산량이 감소할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이 시행되면 산지 쌀값은 2030년 80㎏ 기준 17만2709원으로 올해 18만626원보다 하락한다.

정부는 그동안 전략작물직불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쌀 수급을 안정화하고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매년 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의무 매입에 투입되면서 청년 농업인 육성, 스마트팜 산업 활성화 등 미래 농업을 위한 투자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전략작물직불제’는 농가가 자연스럽게 쌀 생산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으로 쌀 외에 가루쌀·밀·콩 등 대체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 직불금을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정부가 의무적으로 남는 쌀을 매입하게 되면 농가에서는 굳이 쌀 생산량을 줄이고 대체작물을 경작할 이유가 없어진다.

대다수 쌀 농가에서도 ‘현행안보다 오히려 퇴행하는 법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농민단체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단순한 수급조절로만 끝나지 않도록 농가의 생산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며 “전면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개정안은 수급 불균형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쌀 가격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명분마저 스스로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농식품부에 이어 여당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법률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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