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반도체 보조금 신청시 영업기밀 공개해야 " 논란
美 상무부, "반도체 보조금 신청시 영업기밀 공개해야 " 논란
  • 김세화
  • 승인 2023.03.29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율, 가동률 등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정보 요구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보조금 신청 놓고 고심
전문가들 “보조금 받되, 미국과 협상 이어 가야"

미국 정부가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투자 보조금 신청을 하는 기업들에게 예상 현금 흐름, 내부 수익률, 수익성 지표, 예상 수익 등을 포함한 재무 계획서를 요구했다.

핵심 재무 정보를 비롯해 웨이퍼 종류별 생산 능력, 수율, 판매가격 등을 공개하는 건 사실상 회사의 경영 전략에 대한 데이터를 모두 내놓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보조금 신청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미 상무부는 반도체 기업 보조금 신청 절차를 안내하면서, 이같은 경영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상무부는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에 대해 예상 현금흐름 등 수익성 지표를 단순한 숫자가 아닌 산출 방식을 검증할 수 있는 엑셀 파일로 제출하도록 했다.

제시한 엑셀 양식에는 반도체 공장의 웨이퍼 종류별 생산능력, 가동률, 예상 웨이퍼 수율, 생산 첫해 판매 가격, 연도별 생산량, 판매가격 증감 등을 입력하도록 했다. 상무부가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에 기업이 예상보다 큰 이익을 남기면 초과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요구한 정보와 관련해 수율, 가동률 등의 항목은 업체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로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한 장의 웨이퍼에서 나오는 합격품 비율이 얼마인지에 따라 제품 단가, 기술력 등을 추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핵심 영업기밀이 인텔 등 경쟁사에 유출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보조금 신청을 두고 한국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정부와 개별 반도체 기업간의 치열한 협상과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보조금 신청대상에 해당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17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도 미국 내 첨단 패키징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의 과도한 반도체 정보 공개 압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반도체 부족을 겪은 지난 2021년에도 공급망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이유로 대만 TSMC, 삼성전자 등에 영업기밀인 파운드리 재고량, 주문현황, 판매 내역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법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 외에도 미국이 자국 업체들의 성장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다른 기업에 대한 과도한 정보 공개 요구가 상시화되고 있다"며 "2021년 공급망 사태와 최근 가드레일 규제 완화를 보면 이번에도 개별 기업간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가 개별 기업들과 협상에 나서더라도 국내 기업들의 고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가 총 390억 달러의 보조금을 책정했지만, 개별 기업에 지원금을 얼마나 배정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초과 이익 공유, 노조 부담, 대중국 반도체 투자 제한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의 득실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투자비용 확대,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보조금 신청은 불가피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의 요구가 지나치지만 그럼에도 미국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을 비롯해 반도체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가"라며 "미국의 하이테크 산업과 고급인력들은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성장에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 보조금을 신청할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ABOUT
  • CONTACT US
  • SIGN UP MEMBERSHIP
  • RSS
  • 2-D 678, National Assembly-daero, 36-gil, Yeongdeungpo-gu, Seoul, Korea (Postal code: 07257)
  • URL: www.koreaittimes.com | Editorial Div: 82-2-578- 0434 / 82-10-2442-9446 | North America Dept: 070-7008-0005 | Email: info@koreaittimes.com
  • Publisher and Editor in Chief: Monica Younsoo Chung | Chief Editorial Writer: Hyoung Joong Kim | Editor: Yeon Jin Jung
  • Juvenile Protection Manager: Choul Woong Yeon
  • Masthead: Korea IT Times. Copyright(C) Korea IT Times,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