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집중된 수출 근본적 개선책 마련해야
세제지원‧규제개혁‧노동유연성 강화대책 필요
한국의 수출의 핵심품목인 반도체 부진하면서 올해 1분기 수출액이 크게 감소했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했지만 수출 감소폭이 수입보다 커 무역적자도 이어졌다. 반도체로 집중된 한국 수출역량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무역협회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센터에서 '무역현안 관련 제3차 언론 간담회'를 열고 올해 1분기 수출이 151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1월 -16.4%, 2월 -7.6%, 3월 –13.6%, 4월 1~20일 –11.0% 등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도 1월 -2.8%, 2월 3.5%, 3월 –6.4%, 4월 1∼20일 –11.8%로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통관기준 무역적자는 1월 125억 달러, 2월 52억 달러, 3월 46억 달러로 1분기 기준 225억 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이 올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중간재 수출은 9% 증가했다가 올해 1분기에 19.5%로 하락됐다. 올해 1분기 중간재 수출 비중은 69.5%로 2017년 이후 6년 만에 70% 이하로 하락했다.
국가별 중간재 수출을 보면 중국 –29.6%, 베트남 –27.5%, 홍콩 –44.7%, 대만 –37.9%로 크게 감소했다. 이들 국가로의 반도체 수출이 부진하면서 중간재 수출 부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중간재와 달리 소비재 수출은 올해 1분기 27.1% 증가했고 소비재 수출 비중은 지난해 11.8%에서 올해 1분기 15.6%로 확대됐다.
이날 무역협회는 “한국의 수출 부진은 반도체에 의존하면서 누적된 수출산업 기반 약화의 결과”라면서 “한국은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수출 강국의 위상을 확보했지만 그 이면에는 수출 산업을 약화시키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반도체가 수출 증가를 주도한 반면 반도체 외 품목의 수출증가율은 2%대에 머물렀따. 지난 7년간 반도체 수출 증가분이 전체 수출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3%에 달한다.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은 반도체 집적회로로 전체 수출에서 16.5%를 차지한다.
무역협회는 "지난 몇 년간 반도체 경기 호황이 전체 수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다른 산업들의 수출기반 약화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수출 산업기반이 약화되면서 한국 상품의 세계수출시장점유율은 2.9% 수준으로 하락했고, 최근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자 한국의 세계수출시장점유율은 14년만에 2.7%대로 급락했다"고 진단했다.
무역협회는 생산 유연성과 가격 경쟁력이 악화를 수출 부진의 큰 요인으로 꼽았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 조사 결과 한국의 노동유연성은 전체 141개국 중 97위에 불과하다. 무협은 “주 52시간 근로제 등 노동경직성을 높이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업들이 인력 운용에 큰 제약을 겪게 됐다”며 “현행 근로제 하에서는 기업들이 긴급 수주 증가 등 시장변동에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경직적 임금·근로조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커졌다. 최저임금이 최근 5년 동안 27.8% 상승하는 등 가격경쟁력 약화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도 수출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은 IMD의 2022년 국가경쟁력 평가 중 규제 여건을 나타내는 '기업 여건' 부문에서 전체 63개국 중 48위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R&D 생산성 확대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했다. 실제 정부의 R&D 과제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 중 사업화에 성공하는 비중은 2017년 53.8%에서 2021년 34.0%로 감소했다.
이날 무역협회는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수출산업의 기반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고금리와 세금 부담을 완화하고 대규모 수출 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수출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세계경제위축과 고금리로 우량기업들이 도산하지 않고 수출산업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수출기업에 대한 금리인하, 원리금 상환 유예 등 특단대책의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생산유연성과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 활용을 극대화하면서 여성, 고령인력 등 유휴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