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단기 재정·통화정책만으론 저성장 극복할 수 없어”
이창용 총재, “단기 재정·통화정책만으론 저성장 극복할 수 없어”
  • 정연진
  • 승인 2023.05.26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韓 경제, 고령화로 장기 저성장 진입
노동·연금·교육 등 구조 개혁 필요해
금리 동결했지만 인상 가능성 열어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재정, 통화 등 단기 정책으로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을 극복할 수 없다”며 “노동, 연금, 교육 등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는 극심한 저출산 고령화로 이미 장기 저성장의 국면에 있다”며 “향후 5~10년 대에 노후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장기 저성장 국면을 맞은 한국 경제의 해법으로 사회 전반의 구조 개혁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건 알면서도 이해 당사자 간 사회적 타협이 어려워 논의가 진척되기 않는다는 점이 우리의 문제”라며 “사회적 논의가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구조 개혁의 문제를 비판했다. 먼저 교육 개혁에 대해 “고등학교 3학년 때 평생의 전공을 정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는 각 학과의 정원을 공급자인 학교가 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프랑스는 갈등은 크지만 시작이라도 했다”며 “한국은 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같은 예민한 문제를 빼놓고 논의하자는 것은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 분야에 대해서도 “한국의 의료 산업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우리가 국제화를 미적대는 사이 태국과 싱가포르는 의료 허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한은 총재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다 관련이 있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돈을 풀거나 금리를 인하해서 해결하는 식의 재정‧통화 정책은 부담이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의 한국 경제는 사회적 타협을 통한 구조 개혁에 달려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재정‧통화당국이 단기 정책으로 해결하라고 하면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위원 6인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말아 달라”며 향후 0.25%p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해놓고 앞으로 올리지 않을 거면서 겁만 주고 있다는 시장의 반응을 들었다”면서 "금통위는 물가 등 데이터를 토대로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하는데 최종금리 전망의 경우, 금통위원 6명 전원이 3.75% 인상 여지를 열어 놨다"고 설명했다.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에 대해 이 총재는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3%대로 둔화하는 가운데 근원물가의 둔화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금리 수준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물가가 목표한 2% 수준까지 수렴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기 전까진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리인상 여부와 관련해 미국 통화정책 방향도 점검해야 한다”며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지 아니면 이어갈지,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75%p로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한미간 금리 격차가 환율을 결정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환율을 볼 땐 주변의 여러 요인을 살펴야 하는데 금리 격차만 보는 것은 경험에도 맞지 않고 이론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ABOUT
  • CONTACT US
  • SIGN UP MEMBERSHIP
  • RSS
  • 2-D 678, National Assembly-daero, 36-gil, Yeongdeungpo-gu, Seoul, Korea (Postal code: 07257)
  • URL: www.koreaittimes.com | Editorial Div: 82-2-578- 0434 / 82-10-2442-9446 | North America Dept: 070-7008-0005 | Email: info@koreaittimes.com
  • Publisher and Editor in Chief: Monica Younsoo Chung | Chief Editorial Writer: Hyoung Joong Kim | Editor: Yeon Jin Jung
  • Juvenile Protection Manager: Choul Woong Yeon
  • Masthead: Korea IT Times. Copyright(C) Korea IT Times,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