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과’ 22위→14위, 역대 최고 순위 기록
국가채무·재정적자 악화로 ‘정부효율성’ 하락
한국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주관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지난해보다 한 단계 하락한 28위에 올랐다. ‘경제성과’는 8단계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지만 재정 등 정부효율성에서 순위가 크게 하락하면서 바레인, 말레이시아에 추월당했다.
20일 기획재정부는 IMD 산하 세계경쟁력센터(WCC)가 발간한 '2023년 IMD 국가경쟁력 연감'에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신흥국 총 64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지난 2011~2013년 22위로 최고 순위를 기록한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14개국 중에서는 7위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한 단계 하락한 순위다. 인구 2000만명 이상인 27개국 중에서는 전년과 동일한 9위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에너지 수출국의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중 바레인과 말레이시아는 각각 25위와 27위를 기록하면서 한국을 앞질렀다. 기재부는 "지난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유 등 에너지 수출국들의 성장률, 물가, 고용 등 거시경제 성과가 상대적으로 좋았다"고 분석했다.
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인 ‘30-50클럽’ 7개국 중에서는 미국와 독일에 이어 3위에 올랐다. 9위 미국, 22위 독일, 28위 한국에 이어 29위 영국, 33위 프랑스, 35위 일본, 41위 이탈리아의 순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 보면 ‘경제성과’ 분야가 지난해 22위에서 올해 14위로 8단계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기록은 2015년 15위다. 세부지표별로는 ‘국제무역’이 하락했지만 ‘국내경제’가 12위에서 11위, ‘국제투자’가 37위에서 32위, ‘고용’이 6위에서 4위, ‘물가’가 49위에서 41위로 상승했다.
반면 ‘정부효율성’ 분야는 전년 대비 2단계 하락한 38위에 그쳤다. ‘재정’이 32위에서 40위, ‘제도여건’이 31위에서 33위, ‘기업여건’이 48위에서 53위로 크게 하락했다. 이중 ‘재정’은 2018년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악화 등이 반영되면서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재정’의 세부항목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는 9위에서 24위로 크게 떨어졌다.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는 22위에서 29위, 일반정부 부채 실질증가율은 34위에서 56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지난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예산으로 늘어난 재정 적자와 불어난 국가채무 등이 순위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2018년 35.9%에서 2019년 37.6%, 2020년 43.6%, 2021년 46.9%, 2022년 49.6%로 악화되고 있다.
‘기업 효율성’은 33위로 지난해와 같았다. 세부항목을 보면 ‘노동시장’이 42위에서 39위로, ‘경영관행’이 38위에서 35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반면 ‘생산성’은 36위에서 41위, ‘금융’은 23위에서 36위로 하락했다.
‘인프라스트럭처’의 순위도 16위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세부항목을 보면 ‘과학 인프라’는 3위에서 2위, ‘교육 인프라’는 29위에서 26위로 상승했고,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구조의 변화로 ‘기본 인프라’는 16위에서 23위로 하락했다.
기재부는 "재정 등 정부효율성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전체 국가경쟁력 순위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며 "재정준칙 입법화 등 건전재정 노력과 공공혁신 가속화를 통해 정부효율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