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회복에도 수출 4.3%↓ 전망
무협 “수출품목‧주력시장 다변화 필요해”
올해 하반기 무역수지가 12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상반기를 지나면서 적자 흐름이 저점에 도달하면서 완화되겠지만 빠르게 반등하기보단 유(U)자형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28일 한국무역협회는 오전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 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반기 수출 전망’을 발표했다.
무협에 따르면 하반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3227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 수출액이 감소하면서 올해 상반기 감소 폭은 크지 않지만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액이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도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4.3%, 컴퓨터 –19.5%, 석유제품 –16.8% 등으로 감소하는 반면 선박 20.8%, 석유화학 8.1%, 무선통신 7.6%, 디스플레이 6.4% 등 일부 품목에서는 하반기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하반기 메모리 감산 효과가 나타나고 가격 낙폭이 줄면서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출액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어도 한 분기 이상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였던 자동차도 글로벌 수요가 줄면서 하반기 수출액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석유제품은 유가 하락세, 일반기계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 자급률 상승 등을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수입액은 유가 안정화, 에너지 도입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12.4% 감소한 3239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하반기 무역적자는 12억 달러로 예상된다. 무협은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적자 폭은 지속해서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 단위로 보면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7.7% 감소한 6309억달러, 수입은 9.7% 줄어든 6605억달러로 예상된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478억 달러 적자에 비해 개선되면서 295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체 무역 규모는 1조2914억 달러로 지난해 1억 4150억 달러보다 1236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무협은 “국내 경기 침체 기조가 5~6월을 지나면서 바닥을 다지고 있어 곧 무역수지가 흑자로 반등하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며 “다만 브이(V) 자로 급격하게 반등하기 보다는 U자형으로 4분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의 경우, 3분기부터 휴대폰 등 일부 IT 기기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또 서버와 모바일 교체 수요가 늘어나 D램 가격 낙폭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현재 저점에 근접해 3분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 변화가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 영향을 미치려면 현재 쌓여있는 재고를 먼저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한 개 분기 이상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협은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외 경기 흐름만 바라보기보단 수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특히 지난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중국과의 관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완제품을 만들어 파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경쟁자가 됐다는 지적이다.
또 무협은 13대 품목을 중심으로 국내 무역 규모와 건전성을 평가하는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품목의 비중이 70%대로 의존도가 높지만, 품목을 다변화하고 주력 시장 역시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협은 “바이오, 방산, 원전 등 추가 품목 확보와 동유럽, 중동, 중앙아시아 등의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며 "신성장 산업이 주력 산업군이 되도록 산업 구조를 대전환하고 지원 정책도 점검,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