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부의 순례자 길인「카미노 데 산티아고」 800km(2천 리)를 50일 걸려 걷고서도 인생이 달라진다는데,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길고 험한 길 3만 리 실크로드를 홀로 걸었으니 생불(生佛)이 되었을 것이다.
실크로드하면 생각나는 중국의 현장법사는 16년에 걸쳐 5만 리 길을 구법 여행하여 법상종 창시자가 되었는데, 올리비에는 3만 리 길을 손오공이나 저팔계 그리고 사오정도 없이 걸었으니 몸에서 사리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터키,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을 통하는 실크로드에서 숱한 위험을 겪었다. 내전 중이던 터키를 통과할 때는 정부군과 혁명군 양쪽에 테러리스트로 몰려 체포당하기도 했고, 사냥개 떼와 도끼를 든 광인에 쫓겨 생사를 넘나들기도 했다.
언어가 안 통하는 낯선 땅에서 수도 없이 길을 잃었고, 병에 걸려 쓰러져 응급차에 실려 파리로 귀환해야 하기도 했으며, 고비사막을 지날 때는 하루에 68km가 넘는 거리를 걸었다. 그러나 “그래도 고마운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며 “실크로드에서 친구 1만5000명을 사귀었다”고 한다.
그러한 분이 제주올레가 주최한 ‘2012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에 와서 한 말이 기사에 났다.
“한국에서 걷기가 인기를 끄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아직 걷기가 레저 활동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건 걷기가 두 발을 움직이는 물리적 행동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정신적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으로 성장한) 한국 사회가 성찰이 필요한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긴 길을 혼자 걷다보면 몸은 걷느라고 묶이지만 영혼은 자유로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앉아서 생각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때가 많다. 우리도 주위에 숲속길, 둘레길, 순례길을 많이 걸어 스트레스에 할퀸 마음을 다독거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