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지점 성추행 및 부당해고 파문으로 구설수에 오른 우리은행이 뉴욕주 맨해튼 지방 법원에 해당 사건의 재판 기각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항소한 것으로 알려 졌다. 이에 현지 교민 사회에서 우리은행의 이 같은 형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있고 있다.
지난달 17일 해당 법원과 법무법인 김&배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미국 주재원의 현지 채용 직원 성추행 및 부당해고 소송과 관련해 뉴욕 법원에 재판 기각 신청이 거부당하자 다시 항소했다. 사건 발생 후 우리은행은 해당 사건이 성추행이 아니라며 재판을 기각해 줄 것을 신청한 바 있다.
현지에서는 이 같은 재판 기각 신청과 항소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직장 내 성추행은 미국 사회에서 엄격한 범죄로 구분되는 사건이다. 우리은행은 사건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지 추락을 염려해 무마하려고 한 것이다. 이에 교민 사회에서는 우리은행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큰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성추행범 우리은행 본사 파견 직원, 피해자 현지채용 직원.. 한국판 갑을 폐해 미국에서 재현
앞서 우리은행은 미국 뉴욕지점에 파견된 한 주재원이 현지 여성 직원은 남성 직원에게까지 수위높은 성추행을 일삼자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최소 35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차장급으로 확인 된 이 남성 주재원은 한국에서 파견되어 2012년 9월 뉴욕지점 전 직원 회식 자리에서 2명의 현지여성 직원에게 성추행을 했다. 소장에는 입을 맞추고 치마 속에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지는 등 강제적인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기재돼 있다.
여성은 물론 남성 직원까지 성추행 한 해당 주재원은 아직도 대기발령 상태
또 같은 해 회식자리에서 해당 남성 주재원이 현지 남성직원에게도 성추행을 했다. 이 회식은 9월의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자리였음에도 남성 직원의 성기를 만지는 등 이상한 행위를 저질렀다.
이 남성 주재원은 근무 시간에도 여직원 2명의 신체를 만지거나 껴안고 성적인 농담을 던지는 등 성추행을 계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참다 못한 피해 직원들은 지점에 성추행 사실을 보고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내부 입단속을 지시하는 등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아 관련 내용을 한국의 우리은행장과 인사과에 발송한 후 본사 감사를 통해 남성 주재원은 조기 소환됐다는 것이다.
원고측 변호를 맡은 김&배 로펌 사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여직원은 물론, 남직원에게도 성추행이 자행된 점, 문제 제기에도 한국의 직장 문화라고 변명하는 등 묵살됐다는 점, 피해자 진정에 의해 가해자 소환 조치가 이뤄졌지만 고발인들에 대한 보복 해고가 이뤄 졌다는 점 등 미국에서도 보기드문 복합적인 성추행과 인권 침해 사건이기 때문에 재판이 본격화되면 미국 언론에서 주목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은행이 성추행을 일삼었던 주재원은 본국으로 소환해 대기발령하고, 피해자의 인권이나 피해보상보다는 회사 이미지 추락을 걱정해 사건 자체의 재판이 미국에서 이루어지지 않도록 재판기각 신청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뉴저지 포트리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현지 채용 직원들이 성추행과 인권 모독을 당한 사실이 뉴욕 법정에서 밝혀진다면 제 2의 윤창중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을 무너뜨리는 세계적인 망신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우리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성추행을 범한 주재원은 징계 위원회를 통해 대기 발령 상태이고, 재판 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한 의견이 없다”고 말했다.
By 이재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