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의존증 환자, 신체질환만큼 삶의 질 저하 우려
알코올 의존증 환자, 신체질환만큼 삶의 질 저하 우려
  • 이경호(lkh@koreaittimes.com)
  • 승인 2015.04.2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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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의존증 환자 10명 중 5명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신체질환'을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명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우려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이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0일까지 병원에 입원 중인 만20세부터 80세 남·여 알코올 의존증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이 진행되었을 때에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에 대해 알코올로 인한 신체질환이라고 응답한 환자가 45.5%(91명)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가족에 대한 죄책감,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삶의 목표나 희망의 상실감 등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걱정하는 응답도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족에 대한 죄책감 또는 가족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20%(40명) ▲삶의 목표나 희망의 상실감 17%(34명)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13%(26명) 순이었다. 이외에도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직장생활의 어려움(3.5%), 금단현상의 두려움(1%)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내과 전용준 원장

예상대로 알코올로 인한 신체질환 우려 높아

알코올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질환에 대한 걱정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두통, 장염,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을 동반한 알코올성 신체질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술로 인한 내과 질환이 심각해져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배에 복수가 가득 차 더 이상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거나 심지어 응급실에 실려 가면서도 술을 끊지 못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알코올 의존증은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신체적인 피해를 생각해 본다면 신체질환까지 동반, 진행, 악화되는 종합 질환이다"며 "알코올 의존증을 제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알코올로 인한 2차 질환인 간 질환, 위염, 췌장염, 고혈압, 중풍, 식도염, 후두·인후의 암, 당뇨병, 심장병 등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코올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질환은 당연히 술을 끊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뇌의 기질적 변화가 일어난 상태라면 개인의 의지로는 술을 끊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약물 치료가 동반되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이무형 원장

신체질환만큼이나 삶의 질 저하에 대해 우려

이번 설문조사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신체질환에 대한 걱정만큼이나 알코올로 인한 삶의 질 저하에 대한 고민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신체질환이라고 응답한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은 대부분 알코올로 인한 가정의 파괴, 가족에 대한 죄책감, 삶의 목표나 희망의 상실 등을 꼽았기 때문이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무형 원장은 "술로 인한 신체질환의 문제만큼이나 정신적인 측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이 알코올로 인한 신체질환만큼이나 삶의 목표나 희망에 대한 상실감이라는 정신적 공허 상태를 두려워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설문조사 결과, 알코올 의존증 환자 남녀 모두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신체적 질환'을 가장 걱정했지만 두 번째 응답부터는 남녀별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25%로 2위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중독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16%) ▲삶의 목표나 희망의 상실감(6%) ▲중독으로 인한 직장생활의 어려움(4%) ▲금단현상의 두려움(1%) 순으로 걱정이 되는 항목을 꼽았다.

반면 여성의 경우 삶의 목표와 희망에 대한 상실감이라는 응답이 42%로, 1위인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신체적 질환(43%)만큼이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8%) ▲중독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5%) ▲중독으로 인한 직장생활의 어려움(2%)을 답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무형 원장은 "남성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경우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가족에게 남편 또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데에 죄책감이 크다"며 "이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가족 관계가 남아 있는 지금과 같은 문화에서 가족 부양에 대한 책임감이나 가족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성은 결혼과 출산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나 가사에 집중하게 되면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나 자존감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 알코올 의존증 환자 중에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가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이 음주를 하면서도 걱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걱정과 우려들이 결국 다시 음주를 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알코올로 인해 발생된 신체질환 치료는 물론, 적절한 상담을 통해 알코올 의존증을 신체·정신적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by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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