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맞다, 결과로 보여주겠다'던 홍기택 산업은행회장
'낙하산 맞다, 결과로 보여주겠다'던 홍기택 산업은행회장
  • By 정연진 기자(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5.07.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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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대우조선해양의 손실 규모가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홍기택 산업은행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실을 냄에 따라 ‘관리·감독자’로서의 의무를 해태(懈怠)했다는 지적과 함께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며 잠잠해졌던 낙하산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0년 대우조선해양의 워크아웃 때 대우조선을 자회사(지분 31.46% 보유)로 편입하고, 지난해까지 14년간 대출 1조1273억원 등 총 2조4000억원을 지원했다.

그러고도 산은은 분식회계가 드러나자 최근 2조원을 긴급 투입한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의 자금은 국민세금이다. 대우조선이 2분기 재무제표에 3조원대의 손실을 반영하면 부채비율은 최대 1000%까지 치솟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금융권에서 선수금환급보증(RG) 등 무역금융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불가능해지기 때문.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홍 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 초기인 2013년 4월 홍 회장을 산업은행 회장으로 낙점했다. 서강대로 대통령과 끈이 닿아 있는 그를, 박 대통령은 여론과 대통령 참모진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리 꽂았다. 대학교수로 카드·증권사의 사외이사, 한국투자공사(KIC)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게 이력의 전부다. 모두 ‘거수기’로 평가받는 자리들이다. 

홍기택 회장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박 대통령을 돕고 박 대통령의 경제 공부모임에 참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창조경제’를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김광두 서강대 교수와 대우경제연구소 소장 출신으로 경제통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등이 멤버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단행한 첫 번째 공공기관 기관장 인사였다. “새 정부에 낙하산은 없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뒤집는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는 받았다. 대통령이 대 국민공약을 파기하면서 내린 인선(人選)이어서 그의 책임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까지 미친다. 그의 임명을 시작으로 박근혜정부에서도 낙하산은 어김없이 낙하하고 있다.  

당시 산은 노조는 “새 정부 들어 산은 민영화가 사실상 중단되고 정책금융기관 재편까지 앞두고 있다”며 “조직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에 금융에 대한 경험이나 대정부 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사가 내정됐다”고 비판했다.

한 야당 인사는 홍 회장 내정 당시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과 상반된 낙하산”라고 비난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홍 내정자는 금산분리를 ′금융산업 발전의 족쇄′라고 정면으로 비판한 인물"이라며 "금산분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은 바로  다음날 임명 제청한 것은 ′닳고 닳은 낙하산 인사′말고는 설명이 불가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에 대한 노조와 야당, 여론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홍 회장 취임 이후 산업은행의 경영 상태는 악화되고 있다. 은행 건전성 평가 잣대인 BIS 비율(자기자본비율)이 2010년 17.6%에서 지난해에는 13.7%로 하락했다. 시중은행 평균(약 15%)을 밑돈 것이다. 

STX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말 실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홍 회장은 "STX팬오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산업은행은 한달 후 그의 말은 뒤집고 STX팬오션을 법정관리로 보냈다. 동부그룹 구조조정에서도 동부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로 넘어가 낙제점을 받았다.

최근에는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합병 과정에서 배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불기소로 결론이 나긴 했지만, 지난 5월 팬오션 소액주주들은 홍 회장이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합병 과정에서 팬오션을 실제보다 낮은 가격에 부당하게 매각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조기 매각하겠다던 대우증권의 매각 작업도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가 내 뱉은 말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홍 회장은 취임 직후 한 인터뷰에서 “나 낙하산 맞다. 결과로 보여주겠다”며 호언장담했다.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말은 낙하산 논란에 직면한 인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면피성 '수사'에 불과하다.

자신감의 발로였는지 ‘학자적 양심’ 때문인지 알 길은 없지만 취임 후 일련의 과정과 특히 이번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관련, “책임질 일을 했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만시지탄'형 인사 스타일로 봤을 때 교체는 없을 전망이다. 홍 회장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산업은행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을 전망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실사가 끝나면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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