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텍이 씨티은행을 미국 법원에 고소한 까닭
심텍이 씨티은행을 미국 법원에 고소한 까닭
  • By 정연진 기자(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6.03.0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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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KIKO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지난달 미국 법원이 키코(KIKO) 상품 피해 국내업체에 대한 미국내 재판 관할권을 인정함에 따라 키코 상품을 판매했던 은행들과 피해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심텍과 씨티그룹 간의 키코상품 거래가 한국씨티은행을 통해 이뤄졌다 하더라도 미국법원에서 심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미국 법원이 씨티뱅크에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릴 경우 그 판결의 효력이 국내에도 미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지만, 키코 피해업체들은 일말의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회로기판업체 심텍은 심텍은 지난 2006~2008년까지 한국씨티은행의 키코 상품에 투자했다가 850억원 규모의 손해를 봤다며 2013년 8월 씨티그룹을 상대로 미국 뉴욕남부 연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뉴욕남부 연방법원은 그러나 지난해 2월 키코상품 거래는 한국기업인 심텍과 한국씨티은행 간의 것으로, 미국 법원의 재판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을 내린다.

이에 불복한 심텍이 곧바로 연방항소법원에 제소했고, 법원은 “미국 씨티그룹이 한국씨티은행의 키코상품 판매와 관련해 긴밀히 협력했다는 충분한 증거들이 있다”며 사건을 뉴욕남부 연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정식재판을 열라고 한 것.

키코 피해 국내업체들이 이번 미국 연방항소법원의 결정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법원이 ‘사기의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 of fraud)’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

씨티뱅크를 비롯한 9개 글로벌 은행들은 지난 2007월 1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런던 외환시장에서 환율조작을 통해 부당이익을 얻은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해당 글로벌 은행 소속 국가의 사법당국은 수십억 달러대의 벌금을 부과했고 미국 당국도 씨티뱅크에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심텍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재판중인 사안으로 할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시티은행이 키코 국내 첫 도입... 총 피해액 3조4000억

키코로 인한 피해액은 얼마나 될까.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키코상품은 지난 2005년 한국씨티은행이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은행별 피해업체들의 피해액은 한국씨티은행이 6614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4492억원), SC은행(3627억원), 외환은행(하나은행에 합병 2636억원), 우리은행(1598억원) 순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9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국내 키코 피해업체들의 피해 규모가 드러났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광림 의원(한나라당)은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 “키코로 인한 피해가 8월 현재 3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실이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242개 피해업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확정손실은 2조9000억원에 달했다.

총 손실 3조4000억원 중 중소기업 손실이 2조4000억원으로 대기업 1조원의 2배에 달했다.

키코 손실로 피해업체들의 순익도 크게 감소했다. 매출은 20.8% 상승했지만 순익은 2배 가까운 -173.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은행 임직원 무혐의 처분... 법원, 일부주장 인용

검찰과 법원은 은행들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지난 2011년 7월 키코 판매와 관련 사기혐의로 고발된 11개 시중은행 임직원 90여명 전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2010년 2월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한국씨티은행 등 11개 은행이 기업과 은행이 각각 얻게 될 풋옵션과 콜옵션 가격이 평균 2.5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도 옵션 가격이 같다고 속였다며 검찰에 형사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그러나 "콜·풋옵션간의 가치 차이가 2.5배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행사환율 등 기업이 선택한 계약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도 검찰의 처분과 궤를 같이 했다. 대법원은 2013년 9월, 키코 피해업체 4곳이 한국씨티은행과 우리은행, SC은행,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등 청구소송에서 "전체 환율 구간이 아닌 일부 구간에서만 환위험 회피가 된다고 해서 구조적으로 환 헤지에 부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전까지 하급심 법원들은 불공정거래성과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 등을 놓고 엇갈린 판결을 내려왔다. 대법원은 다만 “은행들이 키코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원고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 들였다.

<>피해업체, “키코는 은행의 환 헤지 상품” 주장

키코 피해업체들은 그러나 키코가 기업을 위한 환 헤지 상품이 아니고, 환율 상승에 대비한 은행의 환 헤지 상품이라고 주장한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키코 상품 옵션은 불공정하게 설계됐으며 △환 헤지에 적합한 상품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은행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반면에 △기업들은 상황이 나빠져도 벗어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계명대 강태훈 교수는 “파생 상품에 대해 제대로 알기 어려운 고객 기업들의 위험을 최소화시켜야 할 은행이 고객에게 이익은 제한적인 반면에 손실 가능성은 무한한 상품을 환 헤지 상품이라고 판매한 것은 은행의 도덕성을 흠집 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심텍이 승소하면 국내서 재판 재개

심텍과 미국 씨티뱅크 간 재판의 관전 포인트는 다른 키코 피해업체들이 미국에서 소송이 가능하지 여부와 미국 법원의 판결의 효력이 국내에 미치는가 여부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는 “항소법원의 판결에 따라 심텍은 2013년에 소송을 시작했기 때문에 시티뱅크로 부터 배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며 “그러나 다른 피해업체들은 안타깝게도 이미 소송시효가 만료돼 실제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법원이 심텍의 손을 들어 줄 경우 국내에도 소송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종전까지 대법원을 비롯한 국내 법원들은 씨티뱅크 등 글로벌 뱅크들이 환율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심텍 재판 결과를 근거로 재판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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