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의 핀테크 대담: 하나금융그룹 한준성 전무 下
김형중의 핀테크 대담: 하나금융그룹 한준성 전무 下
  • By 이현정 기자 (kotrapeople@koreaittimes.com)
  • 승인 2016.05.2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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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 한준성 전무

그는 ‘이노베이터’다. 직함 역시 CFIO(Chief Future Innovation Officer).

금융권 ‘샐러리맨 신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안목은 남달랐다. 선린인터넷고(舊 선린상고) 출신으로 전산업무 담당이던 그를 2006년께 지주로 ‘차출’해 신사업 밑그림을 함께 그렸다.

이후 그는 통합멤버십 오픈형 플랫폼인 하나멤버스, 전자지갑 하나N월렛, 모바일 은행 원큐뱅크 등 스마트금융을 이끈 공을 인정받아, 작년 1월 하나금융의 최연소 전무가 됐다.

파이낸셜타임즈 등 세계 최고의 권위지들은 그를 ‘창조적 파괴자’로 평가했다.

하나금융그룹 CFIO 한준성 전무.

현상을 바라보는 눈과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더해져 기술 분야를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그의 설명은 거침없고, 군더더기 없이 강렬했다.

인터뷰 1시간 동안 200자 원고지 80매 분량을 쏟아낼 정도로 해박하고 열정적이었다.

한 전무는 대담 말미에 하나금융그룹의 핀테크 로드맵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저희가 상품에 '1Q'를 붙이잖습니까. 그 의미가 ‘한 큐!’입니다.”

 

“송금 경로의 다양성을 고객에게....

휴대폰 번호만으로 간단하게 해외 송금, 1Q 트랜스퍼 서비스“

 

김형중 회장(이하 김): 내가 궁금한 것 중에 하나가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디지털 국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송금을 한다 해도 규제가 있고. 예를 들어 외국인들이 여기 멤버가 돼 활동을 해서 돈이 이동을 할 때, 정부가 규제를 할지도 모르고 그러면 여러 어려움이 따를 텐데.

한준성 전무(이하 한): 피상적으로 이런거다. 택배회사는 아마 국경을 어떻게 통과하고 거기서 어떻게 전달이 되고 크기는 얼마여야 하며, 예를 들어서 패키지 안에 마약이 있으면 안되고, 액체는 안되고 다 안다.

은행이 좋은 게 그거다. 은행은 전문적으로 돈을 어떻게 움직여야 되는지 이미 수십, 수백년을 통해 체득했다. 필리핀은 어떻고 미국은 어떻고 다 안다. 그걸 모르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될지 궁금하게 돼, 중간에 비트코인이 나온 거다.

이런거 저런거 다 따지기 싫으니까 비트코인으로 다한 다음에 이것만 교환하자, 이게 소위 블록체인을 통한 해외송금 서비스다.

우리가 최근에 오픈한 서비스가 하나 있는데 1Q트랜스퍼다. 예를 들어 조카가 미국에 있다고 치자. 계좌를 몰라도 조카의 전화번호만 알면 송금할 수가 있다. 돈을 보내면 알림음과 메시지가 전달된다.

예를 들어서 ‘길동아 내가 500불 보냈다’, 이렇게 메시지 보내면 앱을 하나 다운받게 만든다. 앱을 다운받아서 본인인증하면 이 돈을 찾을 수 있는 방법들이 나온다. 근처의 자동화기기 등.

이럴 때 우리가 하는 대비는 제휴를 해서 인도네시아에 6000대, 캐나다에는 6000대 확보해놓자. 이런 식이다. 이렇게 필리핀하고 호주가 오픈이 됐다.

그런데 이제 송금하는 것도 달라졌다. 자녀가 미국에서 돈이 필요할 때 예전에는 어떻게 했냐면, 카드를 쓰거나 지인에게 돈을 빌리거나 이런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했을 텐데 또 다른 옵션이 생긴 것이다.

이게 사실은 넷플릭스 VOD서비스와 같은 이치다. 기존의 형체를 변화시키기는 어려우나 한번 변화시키면 혜택은 어마하다. 돈이 자기한테 전달하는 경로의 다양성이 고객한테 쥐어진다.

다양성 중에서 굉장히 요긴한 다양성이 생기면 사업이 성공하는 거다. 우리는 그래서 전화번호로 해보자고 덤볐다.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반응이 좋다. 해외 전화번호로 계좌를 몰라도 보낼 수 있다. 이게 우리의 모토가 되는 거다.

김: 송금액의 상한선은. 비용은.

한: 각 나라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 보낼 수 있는 금액은 만불까지는 보내고 1년에 얼마까지 되고. 필리핀은 돈 받는 것에 제약이 없다. 송금에 대한 이슈가 많을 뿐이다. 어느 나라든 받는 것은 크게 이슈가 없다.

비용도 많이 사라졌다. 예전엔 중개은행을 통해서 20불내고 여기저기 얼마내고 이랬는데 지금은 고객한테 직접 전달이 된다. 고객이 찾으러가는 가니까.

김: 그래도 은행 입장에서는 우리 채널을 통해서 갔기 때문에...

한: 수수료는 받는다.

김: 수수료를 받고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나.

한: 당연하다. 수수료가 10분의1로 줄었다.

김: 아주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생각이 든다. 채널이 지금 몇 개나 되나.

한: 필리핀, 호주로 시작을 했는데, 20~30개국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김: 그 점은 하나금융이 제일 앞서있는 거 같긴 하다.

한: 앞서있다 아니다 보다 그 회사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는 전략이 확실하다. 뭘 할까, 걱정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가느냐고 누가 질문하면 전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아웃소싱을 하지 않는다. 처음에 괴로워도 우리가 직접 해보자. 실제로 자기 손으로 만들고 자기 손으로 운영하는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아웃소싱을 하면 프로덕트는 나오는데, 넥스트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면 아웃소싱을 계속 하게 된다.

 

“대 핀테크기업 투자, ‘묻지마식’ 보다는...

생태계 조성 통한 밸류체인 구축이 우선돼야”

 

김: 국내 벤처기술 생태계를 생각하면 될 만한 곳을 골라 투자를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데, KB에서 코인플러그를...

한: 코인플러그는 전 은행이 다 얘기한다. 코인플러그가 비트코인하고 중개소하고 블록체인 관련해서 기술이 있다 보니, 다 그렇게 얘기한다. 우리도 1Q랩이라고 있다.

 김: 그때 KB가 거기에 15억을 투자했다고 하더라.

 한: 투자도 좋다. 우리도 투자한다. 그런데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자생적으로 일어날만한 회사가 있어야 하는데, 국내 핀테크업계에 아쉬운 건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핀테크기업들은 규모도 커질 수 있고, 그쪽은 환경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moven뱅크 같은 거다. 얼마전 simple뱅크가 30만 고객밖에 없는데 2200억원 정도에 팔렸다.

문화적, 규제적 환경이 우리와 달라서 그렇다. 미국은 계좌에 대한 게이트웨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계좌개설을 대행해주는 회사들이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그게 안 된다. 절대 안된다. 미국은 그런 업을 할 수 있는 업체들이 이미 생겼고 과거부터 해왔다.

그걸 그쪽은 ‘뱅크’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미국에 A라는 뱅크가 잘되고 있다, B라는 뱅크가 잘되고 있다할 때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뱅크가 아니다. 뱅크가 아니고 우리로 얘기하면 핀테크에 가깝다.

한국은 그러지 못하니까 비껴나갔다. P2P 경우도 작년에 내가 금융감독원에 가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영국사례를 들었다. 영국은 자체적으로 센터까지 만든다. 그래서 그때 핀테크센터가 생긴 것이다. 정유신 박사 주도하에.

 핀테크의 다양성을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 은행에서 일부를 투자한다고 상황이 막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는다. 일부 그럴 순 있지만 그것이 절대적이진 않다. 왜냐하면 시장에 이미 펀드가 많다.

우리도 성장가입펀드라고 300억이 이미 거의 나갔다. 모두 핀테크스타트업에 투자되는 것이다. 얼마 전 대전창조혁신센터 6개 기업에 우리가 스타트업 비즈니스에 투자했다.

최근에 또 한 곳에 투자하기로 결정돼 계약만 남았다. 그런 것들은 굉장히 많이 하는데 그것이 이 사람들한테 큰 도움이 되느냐, 도움이 안된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생태계를 만들어줄 수 있는 환경과 그것이 돌아가게 하는 밸류체인이 형성되는 게 맞다.

거기서 은행이 할 일을 찾고 기여해야 한다. 그것이 자본투자라면 자본투자일 것이고. 은행뿐만 아니라 시장의 개인도 투자하려한다. 최근 데모데이가 있었고 7개 업체가 나왔는데 한1500명이 왔다.

학생이 500명, 300명은 관계자, 700명이 투자자다. 투자할 데가 없어서 개인 투자자들이 찾아 온 것이다. A라는 기업이 투자를 해주지 않는다고 할 때, 들여다보면 보통 실력이 약하다.

 

한준성 전무(오른쪽 두번째)가


“기존 금융상품의 틀 넘어서...

세계 최고 금융 권위지(誌)로부터 혁신성 인정받아”

 

김: 일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고 계신 것 같다.

한: 해외에서 한국의 이런 상황에 주목하진 않는다. 그런데 하나그융그룹에서 나오는 프로덕트에는 관심이 있다.

하나은행은 2012년 6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에서 ‘금융기술 혁신대상’을 받았다. ‘디스트럭션(Destruction, 파괴) 프로덕트’로 받은 건데 기존의 금융상품의 틀을 넘어섰다는 거다. 한 마디로 혁신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2013년에는 미국 BAI가 주는 ‘글로벌 금융혁신 어워드’를 수상했다. BAI는 전 세계은행의 혁신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기관이다.

김: 하나금융이 금융산업의 ‘알파고 프로덕트’라고 할 만한 성과를 이미 오래전에 낸 셈이다. 그 주역이 전무님이시고. 세계 최고의 금융지에서 상까지 받고... 그런 상을 오래전에 받았으니 아주 혁신적인 거 맞다.

한: 전 항상 구글을 고민한다. 어느날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검색회사 하나가 인공위성을 산다더라. 사서 뭐할까 조금 지나니 ‘구글어스’를 만들었다. 들어가 보니 너무 신기했다. 구글어스가 싫증 날만 하니까 새로운 게, 또 새로운 게 나오면서 점점 고민에 빠졌다.

이걸 누가 진화시켰지 이 전략을 짠 게 누굴까, 너무 궁금했다. 누가 전략가냐 물으니 에릭슈미트 회장의 말이 걸작이다. 자기들이 의도하지 않았다. 자산이 자산을 낳았다. 그들의 전략이 너무 멋졌다.

내가 2002년에 국내 최초 온라인 사이버 환전 서비스 시작하고, 2007년에 하나엔프라자 오픈하고, 2009년에 국내 최초의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 오픈하고, 그 다음에 자산관리 서비스, 이렇게 했는데 처음 2002년도에 의도한 게 아니었다.

2002년에 이걸 했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들이 계속 나올 수 있었던 거다. 금융권이 지금 해야 할 것은 정말 많은 경험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된다. 누가 그런 질문들을 하더라. 당신이 한 프로젝트 중에 가장 성공한 것과 가장 실패한 케이스가 뭐냐고.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했다. 실패를 한 적이 없다. 단 한 사람의 고객이라도 만족했으면 난 성공이다. 그 말이 담는 의미는 고객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서비스도 나왔지만 그 서비스가 그냥 사장된 게 아니고 콘텐츠로 남아서 다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거다.

이게 요즘 트렌드다. 그게 난 자산이 자산을 낳고 자산이 낳는다고 생각을 한 거다. 그래서 어떤 경험이나 틀에 대해 금융회사들이 내부적으로 인정을 하기 시작한 게 무척 다행스러운 일인 거 같다.

그러나 과연 이 문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좀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 최근에 인터넷 뱅크 관련해서는 썩 잘 될거라고 보진 않는데 단지 소비자들을 많이 바꿀 것이라 생각한다. 카카오뱅크나 K뱅크 때문에 소비자들이 많은 걸 경험하게 될거고 그 경험 때문에 기존 전통 금융회사에 많은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결국은 그것이 또 변화를 촉진하게 될거고, 산업적인 의미의 시도는 성공할 것 같으나 회사 자체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경로가 국내산업 안에서도 있어야 하는 거다. 이것을 누가 컨트롤하느냐. 이 이슈는 결국 정부나 고객이다. 이제는 정부보다는 고객이 컨트롤하는 게 맞다.

 

“의욕 앞서 ‘팔방미인’되려서는 안돼

갈길 먼 핀테크, 피로도 누적되면 일 그르쳐”

 

김: 인터넷은행에 대해 이렇게 본다. KT가 통신산업 잘할 때 데이콤을 만들었는데 한국의 인터넷산업이 혁신적으로 발전했다. 또 모바일 쪽에서 SKT가 나왔을 때, 공룡 KT가 볼 때 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지금은 SKT 매출이 더 커졌다. 이런 것을 보면서 은행들에게는 드라이빙 포스가 되겠다.

한: 부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고객으로부터 나올 것이고 전혀 생각지 못한 황당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다.

그러면 고객들은 갈등하게 된다. 그렇다고 은행을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 기존은행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그 시도를 곧 하게 될 것이다. 그럼 전체가 들썩이게 될 것이고...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되느냐. 결국 ‘고객경험을 어떻게 할거냐’가 남는다. 사람들이 어느 쪽을 지향한다는 것을 예측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거기에 맞춰 일만 하면 된다. 그 사이에 허들들이 있다. 그것만 극복하면 내가 보기엔 잘될 거 같다.

우리가 잘못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자료를 보고는 영국의 바클레이즈가 자동화기기에서 생체엔진을 했다하면 바클레이즈가 이런 거까지 한다더라. 미국의 씨티뱅크가 새로운 마일리지 시스템을 내놔서 저렇게 한다더라.

어느 나라 무슨 회사는 뭘 하고, 또 누구는 뭘 하고 그런데 착각하면 안된다. 한국 금융회사들은 모든 걸 하려한다. 엠페사(M-Pesa)도 하려하고 마일리지도 하려한다. 이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

너무 오버해도 피로도가 누적이 돼 정말 중요한 일을 할 때 동력을 잃을 수 있다. 핀테크가 앞으로 훨씬 더 치고 나가야 되는데 지금 잘못해서 피로도를 누적시키지 말자는 거다. 이것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김: 기술적인 얘기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부분까지 들을 수 있어서 오늘 정말 뜻 깊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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