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부성 콤플렉스, 100만 시민을 광장으로 이끌다
박 대통령의 부성 콤플렉스, 100만 시민을 광장으로 이끌다
  • By 이준성 기자 (jslee@koreaittimes.com)
  • 승인 2016.11.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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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大選)을 며칠 앞둔 2012년 12월 어느날 저녁, 기자는 여의도에서 택시에 올랐다. 문재인 후보와 박빙이 예고되던 탓에 택시기사에게 누구를 지지할 거냐고 물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기사는 “누구 딸입니까, 아버지 닮아서 잘할겁니다”라며 박근혜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런 그에게 “기사님 자식들도 아버지를 닮아 택시를 몰겠군요”라고 고약한 소리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떤 후보를 선택하느냐는 온전히 유권자의 몫이고, 자유다. 하지만 “아버지를 닮아서...”라는 지지이유는 못마땅했다. 박정희 때문에 박근혜를 지지한다니...

50~60대의 ‘박정희 향수’는 18대 대선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50대의 62.5%, 60대의 72.3%가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다. 특히 50대와 60대는 각각 89.9%, 78.8%라는 경이적인 투표율을 기록했다.

“우리 현대사에서 ‘대통령 박정희’는 ‘인간 박정희’의 모습을 밀어 내고 제정일치(祭政一致) 시대의 왕처럼 절대권력을 가진 신화적 부성상(父性像) 그 자체로 존재한다. 아직까지 일부 국민들에게는 그 이미지로 존재한다.”

제정일치(祭政一致)는 신을 독점한 권력자가 신앙을 정치의 중심으로 삼는 고대사회의 정치형태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는 지난 2005년 출간한 ‘사람 vs 사람(개마고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세계를 해체(解體)했다.

정 박사는 2004년 초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된 후 17대 총선에서 탄핵정국으로 전멸할 뻔했던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건져 낸 것은 오로지 ‘박근혜’라는 브랜드의 힘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시장에서 박근혜라는 브랜드의 상품성은 최상급”이라며 “대중을 몸짓으로 휘어잡는 솜씨만을 놓고 보면 DJ나 YT에 버금가는 능력의 소유자”라며 평가했다.

정 박사는 그러나 “그녀의 정치력의 핵심은 한마디로 ‘박정희 신드롬’으로 만들어졌고, 여성 정치인이라는 신비함이 보고하고 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그녀를 ‘공주’라고 부른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자신의 정치적 위상이나 능력보다 지나친 대접을 받고 있는데 본인은 그게 온전히 자기 힘인 줄 알고 자기 위상을 착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 분석학자인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을 인용한다. 정 박사는 “융이 기술한 ‘부성콤플렉스’는 마치 박근혜의 삶을 관찰하고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며 “실제로 박근혜가 ‘부성콤플렉스’의 공식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부성상(父性像)의 원형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오는 인간의 보편적인 집단무의식(集團無意識)으로 신화적 성격을 띠고 있는데, 부성상은 신적인 존엄성을 갖춘 권력자 즉 제정일치 시대의 왕과 같은 존재로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융은 집단무의식을 인류가 진화하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잠재적인 기억흔적(記憶痕迹)이라고 규정했다.

<>"박근혜로 박정희 대통령에게 진 빚 다 갚다"

정 박사는 “부성콤플렉스는 현실의 아버지가 지나치게 일방적인 경우(매우 권위적, 폭력적이거나 혹은 극도로 약할 때) 신화적인 부성상이 그대로 남아 자식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형태로 나타난다”며 “박근혜는 9살 때부터 27살 때까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성장했다. 후엔 엄마 대신 그 아버지의 반려자 역할까지 했던 박근혜가 부성콤플렉스에서 자유롭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분석심리학에서 부성콤플렉스를 가진 여성을 ‘영원한 소녀(puella aetema)'라고 부른다. 그들은 성장 후에도 여전히 현실적 부모와 신화적 부모를 분리하지 못하는, 부모 문제에 관한 한 유아적 심리상태에 머물러 있다.

박근혜는 실제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그냥 아버지가 아니라 국가와 세계에 대한 안목을 갖게 해준 자상한 선배이자 스승이며 나침반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개인적인 행복이 없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국이 아름다워지고 든든한 반석 위에 서는 것을 보는 게 가장 큰 행복이다. 조국이 편치 않으면 자신도 편치 않은 거잖아요.”

인터뷰 직후 “박근혜가 자신을 ‘국모(國母)’로 착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막상 취임 후 국정철학적 빈곤과 국가비전 제시에 한계를 느낀 박 대통령이 ‘신비주의’와 비선(秘線)에 기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내 ‘불통’ 논란을 낳았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정무수석 시절에 박 대통령과 한번도 독대하지 않은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박 대통령은 또 취임 후 지금까지 국내언론과 단 한번의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전여옥 전 의원의 일찌감치 “박근혜는 말 배우는 어린아이 수준”이라고 깎아 내렸다.

박 대통령의 ‘실체’에 대한 가장 최근의 증언을 들어보자. 김덕룡 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7일 한 인터뷰에서 “2004년 17대 국회 초 원내대표를 맡아 박근혜 대표를 모시고 매일 지도부 회의를 열었는데, 회의를 진행해야 할 박 대표가 일절 주재를 항상 맡지 않아 줄곧 내가 주재했다”며 “박 대통령의 능력에 대해서 늘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저녁,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100만명이 운집한 광화문의 KT사옥 뒷골목. “부전여전이라는데 속았어, 우리 아들 말을 들을 걸 그랬어. 저게 무슨 망신이야, 아버지 대통령은 얼마나 잘했어.”

60대 중반의 아주머니 두 분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자아비판과 울분을 토했다. 한 분은 “차마 욕은 못하겠다”며 박 대통령을 내내 ‘박근혜 씨’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이제 국민들은 박근혜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진 빚은 다 갚은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전현직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39.1%)이 박정희 전 대통령(29.4%)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밀려 4위에 그쳤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훨씬 전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실망한 국민들이 '부녀(父女) 대통령'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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