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누진제 개편안 난관, 여름철 전기료 어쩌나...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 난관, 여름철 전기료 어쩌나...
  • 이준성
  • 승인 2019.06.2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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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소송 경고에 한전 이사회·정부도 해법 찾기 난항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둔 시점에서 전기요금을 인하하기로 한 정부의 방침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여름철 전기요금을 가구당 1만원 정도 할인해주는 누진제 개편안을 보류한 탓이다.

지난 23일 한전 관계자는 "21일 이사회에서 누진제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이사진이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전 사측은 여러 판례를 보고했으나 뾰족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한전 이사회는 사내이사 7명, 사외이사 8명을 합해 총 1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요금제 개편안은 과반수 가결이기 때문에 사외이사 중 한 명만 찬성했어도 가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누진제 개편안이 보류된 것은 사외이사들이 손실에 대한 위험성에 다 같이 공감한데다 정부가 한전의 손실을 보전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탓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전이 배임 여부에 대해 문의한 대형 법무법인 2곳 역시 "한전이 가입한 임원 책임보험으로 배임 등 불법행위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21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은 정부의 일회성 예산 지원보다는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 폐지 혹은 축소 같은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사외이사는 "정부가 예산으로 한전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식은 임시방편일 뿐인데다 국회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높아 보완책이 안 된다는 데 이사진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한전의 일부 소액주주들은 한전 이사회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개편안을 통과시킬 경우 배임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한전은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7~8월 두 달간 전기요금을 인하하면서 약 3000억 원의 손실을 떠안은 바 있다.

만약 정부 개편안을 수용할 경우 비슷한 수준의 손실을 감내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이번 개편안은 기본공급 약관을 개정하는 것이어서 일회성 인하에 그치지 않고 해마다 비슷한 규모의 손실을 한전이 부담하게 될 수 있다.

주주들이 전기료 인하에 반대하고 나서는 또 다른 이유는 한전의 최근 몇 년간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 62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17년에는 4조953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지난해에는 2080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한전측은 일단 개편안을 추가로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류한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재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정확한 시기는 특정할 수 없지만 빠른 시일 내 다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확실한 손실 보전책이 없는 상황에서 한전 이사회가 개편안을 통과시키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대세다. 더 큰 문제는 정부로서도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요금을 인하하면 당장 한전은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게 되는데 요금 인하분을 지원할 수 있도록 편성된 예산이 없다

심지어 추가경정예산에도 관련 항목이 없다 보니 한전이 원하는 정부 지원 등을 문서화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누진제 개편안에 대해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TF’에서 마련한 최종 권고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 지시도 아니고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도출한 결과물을 공기업인 한전이 거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한전 임시이사회가 최대한 빨리 의결을 볼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만약 의결이 이달 안에 마무리되지 않고 다음 달로 넘어가더라도 누진제 완화는 소급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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