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 WTO 개도국 혜택 박탈, 韓 정조준?
트럼프 발 WTO 개도국 혜택 박탈, 韓 정조준?
  • 정세진
  • 승인 2019.07.3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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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쌀 관세율·농업보조금 감축 등 우려 커져
사진= Voice of America 캡처
사진= Voice of America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개발도상국에 대한 특별대우 철회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또 다른 통상 악재가 닥쳤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며 농업 분야에서 관세율과 정부 보조금 등 특혜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장의 개도국 지위 박탈은 비현실적이다”라고 반박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일부 통상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상호 연합해 개도국 지위 조정을 압박할 경우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이 이른바 ‘잘 사는 개도국’에 대한 특혜 박탈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미국 정부는 `자기선언 방식`의 개도국 지위 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개도국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이 제시하는 개도국 지위 제외 조건은 현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및 가입 절차를 시작한 국가, 현행 G20 국가, 세계은행 분류상 고소득 국가,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 등 4가지이다.

이 중 세계은행 분류상 고소득 국가는 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1만2056달러 이상을 가리킨다. 해당 기준에 따른다면 개도국으로 간주돼 온 나라들 중 35개국은 특혜를 박탈당하게 된다. 문제는 한국이 이 네 가지 조건 모두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WTO 협정에서 `개도국 우대`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약 150개에 이르며, 우리나라는 지난 20여 년간 농업 분야에서 관세율과 보조금 등에서 특혜를 받아 왔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시에도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쌀 관세율·보조금 감축을 선진국들보다 훨씬 적게 할 수 있었다. 현재도 한국은 513%라는 높은 쌀 관세율과 연간 1조4900억원에 이르는 정부의 농업보조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게 될 경우 농업 분야의 이 같은 특혜를 더 이상 받기 어려워진다. 선진국으로서 의무를 이행하게 되면 현재 513%의 관세율이 70% 감축되면서 154%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으며, 농업보조금도 절반 가량 축소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추산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고 선진국 의무를 이행할 경우 보조금 규모는 현재 수준보다 6705억원 줄어든 8195억원이 된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7일 "현재 농업 분야를 포함한 WTO DDA(도하개발 어젠다) 협상은 회원국별 입장 차가 상당함에 따라 10년 넘게 중단 상태에 있다"며 "특히 농산물 관세 감축, 개도국 특별품목, 농업보조금 감축 등에 대해선 2008년 WTO 문서로 논의됐으나, 농업 협상의 사실상 중단으로 인해 더 이상 WTO에서 의미 있게 논의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결론적으로 현재 적용되고 있는 농산물 관세나 보조금은 차기 농업 협상 타결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한 관세율의 경우 GATT 28조에 의해 WTO 인증을 받아야 하므로 인하 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는 게 농림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경미 농식품부 농업통상과장은 "관세율 조정은 굉장히 복잡한 절차를 거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의해 관세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이 WTO와는 별개로 무역체제를 만들어 개도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WTO는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국의 일방적 주장으로 인해 개도국 지위 조건이 바뀔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WTO에 반기를 들고 있는 미국이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새로운 무역협정·체제를 만들 경우 우리나라가 여기에 편승하지 않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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