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현기차, 대조되는 노사갈등 해법
SK이노-현기차, 대조되는 노사갈등 해법
  • 이준성
  • 승인 2019.07.30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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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과 배려’ vs ‘실적 개선 대가 요구’
SK이노베이션 노사는 29일 서울 서린동 SK빌딩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왼쪽 세번째), 이정묵 노동조합위원장(왼쪽 두 번째), 박경환 울산 CLX 총괄(왼쪽 첫 번째), 손홍식 노동조합부위원장(왼쪽 네 번째) 등이 참석해 ‘2019년도 단체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노사는 29일 서울 서린동 SK빌딩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왼쪽 세번째), 이정묵 노동조합위원장(왼쪽 두 번째), 박경환 울산 CLX 총괄(왼쪽 첫 번째), 손홍식 노동조합부위원장(왼쪽 네 번째) 등이 참석해 ‘2019년도 단체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SK이노베이션 제공

현대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 노조들이 여름 시즌 ‘하투’를 시작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극적인 협상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K빌딩에서 ‘2019년도 단체협약 조인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이정목 노조위원장 등이 동참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역대 최단 기간인 단체협약 교섭 개시 3주 만에 협상을 마무리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단체협약이 이른 시일 내에 타결된 데에는 노사 모두가 ‘구성원의 행복’이라는 건설적인 목표를 공유하고 제안과 배려라는 소통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한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 노사가 단협 갱신 첫 교섭을 시작한 것은 지난 2일의 일이며, 잠정합의안은 3주만에 도출됐다. 지난 25일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며, 참여 조합원 77.56%가 찬성하면서 완전 타결됐다.

이는 기존의 교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른바 ‘기 싸움’ 관행을 흔든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조가 먼저 조합원들의 불편사항들을 파악해 이를 사측에 제시했고, 사측은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 협상을 진행한 것.

이 위원장은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면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적정한 부분까지 공감했기 때문에 소모전 없이 빠른 시일 내 단협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합의안에는 노사 구성원이 기본급의 1%를 기부해서 만든 행복나눔기금을 활용, ‘협력업체 공동 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기금은 향후 60~70개 협력업체의 근로자 6000여명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또한 노사 양측은 작업복 세탁 서비스를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연계해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아울러 희귀·난치병 치료 지원과 난임 치료 등 부담이 큰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젊은 직원들을 위한 주택 구입 시 융자를 확대도 이번 단체협상에서 합의된 부분이다. 양측은 또한 ‘행복협의회’(가칭)를 상설 운영해 노사가 정기적인 협상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협력업체 근로자를 돕는 내용에 기존 노조원들이 동의했다는 것은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다. 위원장은 “찬반투표 실시 전에 조합원이 얼마만큼 동의를 해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노사 실무진을 신뢰하고 더 잘하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올해 초 임금협상 때도 상견례 시작 후 30분 만에 타결, 신뢰와 상생,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조 등은 이르면 다음 달 중순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계에서는 팰리세이드 등 신차가 발매되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모처럼 살아난 실적 호조 분위기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 29일부터 이틀간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간 현대차 노조는 앞서 19일 사측과 임단협 16차 교섭을 마친 뒤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는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25일 임시대의원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쟁의를 결의했다.

투표 결과는 30일 밤 나올 예정인데, 파업 찬성이 절반을 넘고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온다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노조가 쟁의를 준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실적 개선에 따른 대가를 요구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년 연장과 통상임금을 핵심 쟁점으로 삼아 투쟁을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아차 노조도 30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며, 한국GM 노조 역시 지난 25일 7차에 걸친 교섭 끝에 결렬을 선언하고 사실상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완성차업계가 대대적인 ‘하투’에 들어가면 상승세를 탔던 올해 실적은 물론 어렵게 잡은 반등기회마저 꺾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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