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4차 산업혁명이 바꿀 미래와 핵심 법률 이슈
[연재] 4차 산업혁명이 바꿀 미래와 핵심 법률 이슈
  • 구태언 변호사(taeeon.koo@teknlaw.com)
  • 승인 2019.10.1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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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공지능 스피커 추천 상품은 믿을 만할까?

(2)인공지능이 범인이라면 처벌은 어떻게 할까?  

(3)자율주행자동차 사고 나면 누구 책임일까?  

(4)드론을 이용한 범죄는 누가 처벌받을까?  

(5)배달앱 음식 위생문제, 배상 책임은 누가?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쇼핑은 PC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앱에서 결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가 대중화되면서 쇼핑 방식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한두 마디 말로 음악을 들려주고, 음식을 배달하며, 택시를 호출한다.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것보다 음성으로 명령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음성 명령은 쇼핑에서 더 큰 장점을 발휘한다. 기존 스마트폰 쇼핑은 언제 어디서나 물건 구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상품 정보가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선택장애가 발생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이 문제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손쉽게 해결한다. 사용자가 스피커를 통해 쇼핑을 많이 할수록 데이터가 축적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이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의 쇼핑 패턴을 분석한다. 그 결과 사용자의 취향과 선호에 가장 가까운 상품을 추천해준다. 검색 과정 없이도 음성 명령만으로 가장 최적화된 쇼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쇼핑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가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거 중세유럽시대에 귀족들이 집사에게 모든 살림 운영을 맡긴 것처럼, 이제는 인공지능 음성비서가 사용자에게 필요한 모든 물품 구매를 알아서 진행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주문하지 않은, 그러나 꼭 필요한 물품이 배달되어 있는 장면이 일상이 되는 것이다.

취향저격 스피커가 소비 주권 빼앗는다? 

현재 인공지능 스피커는 아마존과 구글 두 기업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2014년 맨 먼저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한 아마존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그 뒤를 구글이 바짝 뒤쫓고 있다. 

아마존의 강점은 뛰어난 적중률이다. 아마존은 1990년대 창업 초기부터 고객의 구매내역과 검색내역 등 소비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 고객에게 딱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기존에는 원하는 상품을 찾으려면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여러 판매자의 상품과 가격을 비교해야 했지만, 아마존에 접속하면 내가 이전에 구매했거나 검색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준다. 굳이 여러 사이트에 접속해 비교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아마존은 여기서 한발 나아가 2013년 예측 배송’을 시작했다. 고객의 쇼핑 패턴을 예측해 구매가 이뤄지기도 전에 배송을 시작한다. 이를 통해 배송 시간과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이는 아마존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발돋움하게 된 배경이 됐다. 
아마존 에코는 이 같은 아마존의 기술력이 축적된 것으로, 스피커의 음성인식 기능과 아마존의 유통 채널이 결합돼 고객에게 최적의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아마존 에코가 세계 1위가 된 것은 가장 먼저 제품을 선보여 시장을 선점한 것도 있지만,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한 쇼핑에서 독보적인 편리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한 상품 추천과 예측 쇼핑이 활성화될수록 소비자보호법 등 기존 법률과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는 점이다. 
소비자기본법 제2장 제4조에 따르면 소비자는 물품 등을 선택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거래 상대방과 구입 장소, 가격과 거래 조건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 또한 소비자보호법 제3장 제2절 제19조에 따르면 사업자는 물품 등을 공급함에 있어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거래 조건이나 거래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인공지능 스피커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소비 빅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취향과 선호를 반영한 최적의 제품과 서비스를 추천해준다. 그리고 사용자가 필요로 할 것 같은 상품을 자동으로 구매한다. 이 편리함은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 스피커에 의존하게 만든다. 이미 인공지능 추천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만약 인공지능 스피커가 고객의 이익이 아닌 자사의 이익을 기준으로 상품을 추천하더라도 이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소비 선택권이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스피커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 소비와 구별되는 인공지능 스피커에 의한 물품 구매는 소비에 대한 새로운 법적 해설을 필요로 한다. 사용자가 그것을 동의했다 하더라도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물품 구매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는 과정을 법적으로 통제해야 하는지, 통제한다면 어느 범위까지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해 앞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게 될 것이다. 

소비 빅데이터가 화폐가 되는 시대 

독과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에게 딱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려면 나에 관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이미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기업들은 용이하게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반면, 뒤늦게 뛰어든 신규 스타트업은 스피커 상품 판매조차 쉽지 않다. 그만큼 데이터 확보가 어렵고 쇼핑 추천에서도 글로벌 기업에 비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아마존을 위시한 몇 개 기업에게로 전 세계 사람들의 데이터가 몰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한 기업에게로 전 세계의 부가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소비 빅데이터가 앞으로 일종의 화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킨지는 “개인의 자산이나 소득 같은 정보들도 미래의 소비 활동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며칠 몇 달 몇 년에 걸쳐서 지속해온 과거의 행동 패턴에 대한 정보라며 “예컨대 한 사람이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이터가 있다면 헬스케어 업체나 보험사에는 매력적인 정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인공지능 스피커는 기술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것치고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이는 단순히 스피커 판매로 이윤을 창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자사 스피커를 사용하는 인구를 더 많이 확보해서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쇼핑 중개를 포함한 다양한 부가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로 쇼핑을 하게 된다면 대다수 판매자들은 인공지능 스피커 회사를 통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게 될 것이다. 판매자들은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인공지능 스피커 회사를 통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길 원할 것이고, 만약 인공지능 스피커 회사들이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 전 세계 유통 시장도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문제를 야기한다. 공정거래법은 상품이나 용역의 가격, 수량, 품질 등 거래 조건을 단독으로 결정, 유지, 변경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진 기업을 시장지배적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절반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우며, 경쟁 사업자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면 시장지배적사업자로 판단해 다양한 규제를 적용한다.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 스피커가 기존의 유통 산업을 독점하게 된다면 과연 인공지능 스피커 업체를 시장지배적사업자로 봐야 할 것인지 법적 논쟁이 따르게 될 것이다. 또한 시장을 지배한 인공지능 스피커가 글로벌 기업의 제품이므로 글로벌 독과점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국내에서 해외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국내 제품과 서비스 판매자들이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업체들에게 수직 계열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국내 규제기관은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업체에 국내 규제를 적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비자의 자발적인 선택에 따른 해외 사업자의 독과점 현상은 디지털 마켓의 특성에 따라 규제 권한에 대한 회피로 연결될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 시대에는 생산수단의 국제적 독과점으로 인해 국지주의와 세계주의, 보호주의와 자유주의의 대립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빅데이터를 보유한 소수의 사이버 강국과 빅데이터 확보에서 밀려난 다수의 사이버 약소국들의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는 새로운 국제적 협정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단순히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는 제품 수준을 넘어, 국내외 법적 분쟁을 야기하는 새로운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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