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를 슬쩍 허용한 한국
암호화폐를 슬쩍 허용한 한국
  • by 김형중 고려대학교 교수(khj-@korea.ac.kr)
  • 승인 2019.10.19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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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2018년 2월 노원구에서 노원코인이 출현했다. 노원코인은 이더리움 기반의 암호화폐지만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출범했다. 돈이 없어도 구매할 수 있는 화폐라는 의미로 노원(No-W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노원코인은 ERC-20 토큰이라서 블록체인에 모든 유통경로가 투명하게 기록되므로 통계 뽑기도 수월하다. 기부나 봉사의 대가로 노원코인이 주어지자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활발해졌다.

노원코인이 암호화폐의 장점은 거의 살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페이퍼 바우처보다 뛰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노원코인의 개발사인 글로스퍼가 몰라서 암호화폐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게 아니라 일부러 살리지 않았다. 그래야 정부의 규제를 피해 노원코인이 세상에 첫선을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를 지역화폐라고 부름으로써 일부러 눈 가리고 아웅한 셈이다. 이때부터 한국은 사실상 암호화폐가 허용되었다. 블록체인은 허용하지만 암호화폐는 불허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였다. 지방자치단체가 절묘한 방법으로 암호화폐를 암묵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암호화폐 사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 눈치를 보며 스스로 납작 엎드렸다. 정부 탓만 하며 기는 모양새는 여전했다. 업계는 정부가 슬그머니 암호화폐를 허용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정부가 노원화폐를 처벌하거나 금지하지 않았다.

부산시 블록체인 특구에서 부산은행이 디지털 바우처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디지털 바우처가 바로 암호화폐다. 특구에서 내년이면 암호화폐 사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바우처에 스마트 컨트랙트를 넣으면 일정한 조건이 성립할 때 실행되는 지능형 프로그래머블 화폐가 된다. 이게 제대로 된 미래형 암호화폐다. 지금 우리가 쓰는 지폐는 결코 지능형 프로그래머블 화폐가 될 수 없다.

정부가 명시적으로 암호화폐를 허용한 바 없지만 그렇다고 명확하게 금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정부관리들이 부산 특구에서 암호화폐는 불허했고 블록체인만 허용했다고 말할 때 참여 기업들이 미래 암호화폐 산업의 토대를 확실히 다져야 한다.

그게 부산 블록체인 특구가 성공하는 길이다. 암호화폐든 디지털 바우처든 그게 앞으로 갈 길이다. 관료들의 속 깊은 배려에 감사하며 한국의 암호화폐 기업들은 이참에 속히 날개를 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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