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인공지능이 범인이라면 처벌은 어떻게 할까? (2)
[연재] 인공지능이 범인이라면 처벌은 어떻게 할까? (2)
  • 구태언 변호사(taeeon.koo@teknlaw.com)
  • 승인 2019.11.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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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이 바꿀 미래와 핵심 법률 이슈 -


(1)인공지능 스피커 추천 상품은 믿을 만할까?

(2)인공지능이 범인이라면 처벌은 어떻게 할까?

(3)자율주행자동차 사고 나면 누구 책임일까?

(4)드론을 이용한 범죄는 누가 처벌받을까?

(5)배달앱 음식 위생문제, 배상 책임은 누가?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영국에 본사를 둔 전문 기술 컨설팅 기업인 캠브리지 컨설턴트(Cambridge Consultants)는 2017년 인공지능 화가인 ‘빈센트(Vincent)’를 공개했다. 고객이 간단한 스케치만 제공하면 단숨에 유명 화가의 스타일로 예술작품을 완성해준다. 구글은 2017년 인공지능 작곡가인 ‘마젠타(Magenta)’를 공개했다. 음표 4개만 주어진 상태에서 80초 분량의 피아노곡을 뚝딱 작곡해낸다. 

예술 분야만이 아니다. 의료계에선 인공지능 의사가 환자를 수술하고, 법조계에선 인공지능 변호사가 계약서를 작성한다. 로봇 외과의사로 불리는 최첨단 로봇수술기 ‘다빈치(Da Vinch)’는 사람 의사를 도와 2017년 말 기준 500만 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했다. 중국 텐센트는 2017년 암을 초기에 진단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미잉(Miying)’을 공개했다. 미잉은 10초 이내에 폐암 여부를 진단하며 정확도는 90퍼센트 이상이다. 

IBM은 자사 인공지능인 왓슨을 기반으로 2016년 ‘로스(ROSS)’라는 인공지능 변호사를 만들었다. 로스는 특정 사안에 최적화된 판례를 찾거나 정형화된 유형의 문서 작성에서 탁월한 업무 능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글로벌 금융회사인 JP모건도 2017년 변호사 대신 계약서를 작성하는 인공지능 변호사 ‘코인(COIN)’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사람 변호사가 모든 계약서를 검토하는 데 1년간 36만 시간이 소요된 반면, 코인은 단 10분 만에 해결한다.  

2018년 2월에는 국내 한 대형 로펌에 ‘유렉스(U-LEX)’라는 인공지능 변호사가 취직해 화제가 됐다. 유렉스는 사람 변호사 여러 명이 수일에 걸쳐 진행하던 리서치 업무를 단 1분 만에 해치운다. 미국 정보기술 연구 자문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2022년까지 인공지능을 탑재한 스마트 기기가 의료, 법률, 정보통신(IT) 분야의 고학력 전문직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과 4년 뒤에는 변호사와 의사 등 대부분의 전문직 업무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사람처럼 생각하는 움직이는 인공지능 로봇  
 
인공지능이 사람의 머리에 해당한다면 로봇은 사람의 신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치열한 만큼이나 사람에 가까운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독일 로봇 제조업체인 쿠카 로보틱스(KUKA Robotics)는 2017년 칵테일을 만드는 ‘팁시 로봇(Tipsy Robot)’을 선보였다. 팁시 로봇은 미리 저장해둔 레시피로 18가지 칵테일을 제조할 수 있고, 고객이 원하면 스스로 창작한 칵테일도 만들 수 있다. 칵테일을 만드는 시간은 약 60초에서 90초 사이로 사람 바텐더와 차이가 없다. 

대만 스타트업 에오러스는 2018년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18’에서 집사 로봇’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사람처럼 진공청소기를 손에 쥐고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소한다. 또 수천 가지 물건을 구분할 수 있어서 주인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기도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로봇 제조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는 2018년 5월 사람과 가장 가까운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선보였다. 2013년 처음 공개될 당시만 해도 한쪽 다리로 몸의 균형을 잡거나 천천히 걷는 정도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사람처럼 조깅도 하고 장애물이 나타나면 두 발로 뛰어넘기도 하고 공중제비도 척척 해낸다. 

로봇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완성차 조립이나 물류에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을 대신하는 전문 서비스 로봇, 집사 로봇처럼 집안의 가사노동을 대신하는 개인 서비스 로봇이 그것이다. 현재로선 산업용 로봇이 전체 시장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로봇이 대중화되면 전문 서비스 로봇과 개인 서비스 로봇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향후 10년 안에 ‘1가정 1로봇’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걱정과 마주하게 된다. 로봇 기술이 더욱 정교해져서 사람처럼 움직이고,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진화해 사람처럼 생각하게 되면 마치 SF 영화처럼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을 지배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29년에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컴퓨터가 등장할 것이고, 2045년에는 기계가 인류를 넘어서는 순간, 즉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이점(singularity)이란 인간이 만든 과학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더 우수한 과학기술을 만드는 시점을 일컫는다. 커즈와일은 2020년에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능력을 초월하는 이른바 ‘전 특이점(pre singularity)’이 오고, 2045년에는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기술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예측에 따른다면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결코 헛된 망상이 아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와 IT 기업들은 ‘착한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규정 마련에 나서고 있다. 2017년 1월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등은 ‘아실로마 인공지능 원칙(Asilomar AI Principles)’을 발표했다. 이 원칙은 ‘고도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작동하는 동안 인간의 가치와 일치하는 목표와 행동을 보여야 한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자기 복제를 통해 빠르게 성능이 좋아진다면 이 시스템은 다시 엄격한 통제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 등 인공지능의 윤리의식을 강조한 23가지 규칙으로 구성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7년 7월 자사의 인공지능 연구 인력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디자인 원칙’과 인공지능 윤리 디자인 가이드’를 제시했다. 이 원칙은 ‘인공지능은 인류를 지원하고 인류의 자치권을 존중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편견이나 차별을 배우지 않도록 도덕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규칙을 담고 있다. 

앞서 2016년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IBM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파트너십 온 인공지능(Partnership on AI)’이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사람과 인공지능이 서로 협업하는 시대를 대비한 연구를 지원하고, 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연구 단체와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애플도 2017년 이 단체에 가입했다. 

카카오도 국내 기업 최초로 2018년 1월 ‘알고리즘 윤리 헌장’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패러다임이 급부상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시점에서 인공지능 개발과 운영에 관한 원칙과 철학을 가지는 것은 인공지능 선도기업의 사회적 책무라고 밝혔다. 카카오가 제시한 인공지능 윤리 헌장은 카카오는 인류의 편익과 행복을 위해 알고리즘과 관련한 노력을 기울인다’, ‘알고리즘 결과로 사회적인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인류와 인공지능 로봇이 공생하는 새로운 미래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두려움은 인공지능에 의한 범죄다. 인공지능도 넓게 보면 컴퓨터 프로그램이므로 얼마든지 해킹이 가능하다. 만약 범죄 집단에 인공지능 기술이 넘어갈 경우 해당 인공지능이 적용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이다. 인공지능 개발자가 의도적으로 인공지능을 범죄에 악용할 수도 있다. 또한 만약 특이점이 도래한다면 인공지능 스스로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에 의한 범죄가 발생할 경우 우리 법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 법으로는 인공지능 자체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인공지능은 일종의 기술이므로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범죄가 발생하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인공지능이 개입된 범죄는 고의범과 과실범으로 나눌 수 있다. 고의범은 인공지능 기술을 고의로 조작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로, 현행 법체계 하에서 처벌하는 데 문제가 없다. 반면 과실범에 대한 형사책임은 인공지능의 역량, 즉 강 인공지능이냐 아니면 약 인공지능이냐에 따라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가 달라진다. 인공지능의 역량에 따라 프로그래머의 개입 정도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약 인공지능은 프로그래머의 개입 정도가 매우 높다. 약 인공지능에 의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1차적으로 프로그래머에게 형사책임을 묻고 구속시킬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강 인공지능의 경우에는 프로그래머가 정한 알고리즘에 따라 인공지능 자신이 머신러닝을 통해 로직을 구축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는 약 인공지능에 비해 프로그래머의 개입 정도가 낮다. 

강 인공지능에 의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도 1차적으로는 프로그래머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작동 기반이 되는 빅데이터 오류에 따른 과실이나 인공지능 운영자의 과실 등이 결합되어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일련의 과정에 개입한 사람들 전체에 대해 형사책임이 배분될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만으로는 인공지능 범죄에 대한 명확한 처벌이나 형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범죄 예방을 기대하기 어렵다. 향후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일상에 지배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고려할 때 강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한 최소한의 법적 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공지능이 개입되는 산업 분야마다 개별적으로 형사책임의 구성 요건을 달리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공지능 관련 사업자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높다. 현행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 이와 유사한데, 우리 법은 개인정보보보호법을 일반법으로 두는 동시에 개인영상정보처리법과 전기통신망사업자법 등 산업 분야별로 비슷한 내용의 개인정보 규정을 이중삼중으로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자들이 중첩 규제에 시달리고 있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이 이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인공지능의 형사책임에 관한 일반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자율주행자동차나 드론 등 인공지능이 사용되는 분야별로 특별법을 제정하면 인공지능과 관련한 법체계의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의 형사면책 기준을 정립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과실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만약 그때마다 프로그래머 등 관련자들을 모두 형사처벌하게 된다면 산업 발전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산업 발전의 측면과 범죄 예방의 측면을 모두 고려해 인공지능 과실에 대한 면책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은 일반적인 면책기준을 확립하고, 인공지능이 개입되는 분야 중에서 자율주행자동차처럼 인명이나 사회 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된 특수 분야에 대해서는 별도의 면책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이점 시대에 대비해 인공지능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문제도 논의가 필요하다. 

법인격(法人格)이란 일반적인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법률상의 지위 또는 자격을 말한다. 민법 제3조는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법인격을 의미한다. 법인격을 갖는 존재는 사람만이 아니다. 우리 법은 일정한 인적결합이나 재산에도 법인격을 부여한다. 기업의 법인이나 공공단체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고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다. 만약 인공지능이 특이점에 도달한다면 인공지능도 인격을 가진 존재로 인정해 법인격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에게 법적 권리와 의무를 부과해 범죄를 일으킬 경우 직접 처벌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너무 이른 논의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이미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오드리 햅번을 본 따서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인 소피아는 2017년 10월 세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시민권을 획득했다. 유럽의회는 한발 더 나아가 2018년 2월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hood)’으로 규정했다. 또한 인공지능 로봇이 벌이들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로봇을 시민으로 인정하고 세금을 거둔다는 것은 인공지능 로봇에게 법적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법인격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식으로 인공지능에게 법인격을 부여하게 된다면 우리 인류는 로봇과 공생하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세계 4위,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세계 2위에 달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로봇에 관한 법은 2008년 제정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유일하다. 게다가 이 법은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법적 규제보다는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래서는 인공지능 로봇 산업의 균형적 성장이 어렵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공지능 로봇 시장의 선두가 되기 위해서는 법인격을 포함해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법률 제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가이드라인이 정해져야 인공지능 로봇 개발자들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서 연구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은 독과점을 규제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산업이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도 수행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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