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북 제재 영향, 북한 외화 보유액 감소 중”
한은 “대북 제재 영향, 북한 외화 보유액 감소 중”
  • 김세화
  • 승인 2020.01.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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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10억원씩 감소, 향후 거래용 외화까지 소진되면 경제 위기

북한이 2014년 당시 30억∼66억 달러 어치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2017년 이후 대북 제재 강화로 보유 외화가 감소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28일 ‘달러라이제이션이 확산된 북한경제에서 보유외화 감소가 물가·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북한은 30억1000만 달러에서 66억3000만 달러의 달러화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현금, 요구불예금 등 당장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돈을 기준으로 보면 당시 보유외화는 30억1000만 달러”이며 “외화예금 등까지 포함하면 66억3000만 달러”라고 설명했다. 당시 평균 원/달러 환율 1,053.12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14년 북한은 원화로 3조2000억 원에서 7조 원가량의 달러화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당시 북한이 보유한 달러 중 금고 등에 보관된 ‘가치저장용 외화’는 20억1000만∼42억8000만 달러 수준이며 냉장고, TV 등 수입품 거래 등에 사용된 ‘거래용 외화’는 10억∼23억50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구 사회주의 국가의 국민소득 대비 통화량 비율을 토대로 북한의 전체 통화량을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가치저장용·거래용 외화량과 관련해서는 선행연구를 토대로 북한 가계가 현금성 자산의 82%를 외화로 갖고 있고 외화를 이용하는 비중이 55%라는 전제를 적용해 산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은은 “최근 연구들을 토대로 분석해보면 북한 보유 외화는 대북제재 강화 기조 속에 2014년에서 2016년까지 연 1억 달러 내외로 감소하다가 2017년부터는 10억 달러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북 경제 제재로 인한 보유 외화의 감소는 1단계 가치저장용 외화 감소, 2단계 거래용 외화의 일부 감소, 3단계 거래용 외화의 대폭 감소의 3단계로 구분된다. 보고서는 시중에 달러가 감소하는 초기에는 가치저장용 외화를 거래용으로 사용해 경제 제재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북한 내 달러 보유액이 연 10억 달러씩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북한의 물가나 환율은 안정된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 화폐개혁으로 환율과 물가가 급등한 북한은 2013년부터 거의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북한 원화의 가치는 2017년 1분기 달러당 8043원에서 2019년 3분기 8091원으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고 쌀 가격 또한 변동이 거의 없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보고서에서 “아직까지 북한에서 가치저장용 외화만 소진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외화가 귀해질수록 북한 주민들은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달러부터 내다 팔고 물건을 거래할 때 사용하는 달러를 곧바로 줄이지는 않기 때문에 환율이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가치저장용 외화가 소진되고 10~24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북한 내 거래용 외화까지 줄어들기 시작하는 2단계에 진입하면 북한의 환율과 물가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가치저장용 외화가 소진된 직후 환율이 소폭 상승하고 물가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제수단으로써 북한 원화에 대한 신뢰도가 유지되는 단계이므로 북한 당국이 북한 원화 통화량을 조절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래용 외화의 감소규모가 커 환율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3단계에 이르면 물가와 환율이 동시에 급등할 것으로 분석됐다.

문성민 한은 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가치저장용 외화를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어 아직은 물가와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하지만 향후 대북 제재가 지속될 경우 거래용 외화까지 감소할 경우 북한의 경제적 충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 내 환율과 물가가 동시에 급등한다면 달러가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달러가 고갈되면 북한은 과거 한국의 외환위기와 비슷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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