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 ‘정년 60세’ 근속연수 늘인 기업, 직원 수‧고용 줄여
역설... ‘정년 60세’ 근속연수 늘인 기업, 직원 수‧고용 줄여
  • 김세화
  • 승인 2020.03.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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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속연수 늘어난 20개 기업 중 14개 기업 직원 수 감소
최근 4년간 고용 3.8%, 근속연수 1년 늘어, 연장 효과 미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환경부 등 업무보고에서 “고용 연장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환경부 등 업무보고에서 “고용 연장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 청와대

‘60세 정년’ 도입 이후 국내 대기업의 고용은 3.8% 증가하고 평균 근속연수는 1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312개 기업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해 이같이 발표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고용은 2015년 말 125만6933명에서 지난해 9월 130만5206명으로 3.8% 증가했다.

한편 같은 기간 근속연수는 10.1년에서 11.1년으로 1.0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정년이 5년 늘어났음에도 고용 증대 효과는 크지 않았고 근속연수는 연장된 정년만큼 늘어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3년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연장됐고 2017년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청년 고용은 더욱 악화됐다. 정년이 늘어남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청년 등 신규 고용을 줄인 것이다. 특히 근속연수가 늘어난 상위 20개 기업 중 14개 기업은 4년 전보다 직원 수가 크게 감소했다. CEO스코어는 “정년이 늘어난 만큼 신규 고용을 줄인데다 30∼40대 조기 퇴직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4년간 근속연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S&T모티브로 2015년 16.5년에서 지난해 22.2년으로 5.7년 늘어났다. 근속연수가 늘어난데 반해 S&T모티브의 직원 수는 같은 기간 910명에서 766명으로 15.8% 감소했다.

S&T모티브에 다음으로 근속연수가 크게 늘어난 기업은 대우건설과 삼성중공업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과 삼성중공업의 근속연수는 같은 기간 각각 5.1년, 3.8년씩 늘어났다. 반면에 두 기업 모두 직원 수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우건설의 직원 수는 202명, 3.6% 감소했고 삼성중공업은 3905명, 2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서진오토모티브, 현대건설, 신한카드, 대유에이텍, SK건설, 서울도시가스, 풍산, 금호타이어 등도 근속연수가 3년 이상 늘어났지만 직원 수는 5년 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근속연수가 줄어든 기업 대부분이 직원 수가 증가했다. 근속연수가 크게 줄어든 20개 기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개 기업에서 고용이 늘어났다.

근속연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계룡건설이다. 계룡건설은 근속연수가 2015년 10.6년에서 2019년 7.2년으로 3.5년 줄었지만 같은 기간 직원 수는 989명에서 1385명으로 40.0% 증가했다. 계룡거설에 이어 SK가스와 한국전력공사가 각각 3.2년, 3.1년으로 근속연수가 줄었지만 직원 수는 각각 43.8%, 9.7% 증가했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근속연수가 늘어난 기업의 경우 직원 수가 감소하는 등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근로자 정년이 5년 늘어났지만 당초 기대했던 고용과 근속연수 증가 등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모 세대의 근속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녀 세대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정년 연장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연구원은 60세 정년 연장 이후 오히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조기퇴직자와 청년실업자가 급증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2016년 이후 4년간 조기퇴직자는 연평균 51만4000명으로 정년 연장 이전 4년간 평균 37만1000명보다 14만명 이상 늘어났다. 2012~2015년 연평균 32만5000명이던 20대 실업자도 60세 정년이 시행된 2016년 이후 연평균 39만5000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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