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서울시장, 박원순에 대한 회상
주목할 만한 서울시장, 박원순에 대한 회상
  • By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 승인 2020.07.13 13: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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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아시아 인스티튜트 이사장 / 미국 46대 대통령 후보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아시아 인스티튜트 이사장 / 미국 46대 대통령 후보

 

지난 7월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실종소식을 접하고 하루 종일 불안한 마음으로 초조한 시간을 보냈다. 평소 필자가 아는 박 시장은 시민과 사회의 부름에 그 누구보다도 투철한 사명과 확신으로 임했던 보기 드문 정치인이었다. 때문에 개인적인 피치못한 사정이 있어서 잠깐 잠적했다가도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믿었다. 충격이었다. 그 기대와는 정반대의 비보로 넋을 잃고 할말도 잃어버렸다.

필자는 평소에 박원순 시장에게서 얻은 것이 많다. 작은 일에서부터 큰 일들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주장하는 가치의 실천을 솔선수범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세를 보며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조직의 수장으로서 권위적인 조직체계를 철저히 지양하고, 서울시 공무원들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과의 회의나 공공행사 자리에서 수평적이며 동등한 논의가 가능하도록 늘 배려해왔다. 그것을 통해서 조직원의 자율적 권한과 책임을 독려함으로 효율적 시정을 펼쳐가는 열린 리더십의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에게서 배울 수 있었던 또다른 것은 예순이 넘어서도 지치지않는 열정으로 탐구하는 학자로서의 면모다.

도시계획과 관련된 다양하고 세부적인 사항들을 박 시장은 직접 연구하며 그의 책상에 쌓여 있는 도시 전체의 주요 계획안과 밤 늦게까지 씨름하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가 설계하고자 했던 서울은 단순히 살기 좋은 미래지향적 도시가 아니었다. 그의 서울은 조선왕조의 전통을 토대로 한다. 서울시민청 지하에는 지난 500년 동안에 서울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알려주는 다양한 자료가 제공되어 있으며, 박 시장도 서울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고 자신의 업적 자체도 오랜 역사 과정의 일부로 여긴다고 할 정도였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어쩌면 박 시장이 ‘서울도시학’을 정립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는 서울의 과거로부터 도시 디자인과 행정 측면 까지도 배울 점이 많다고 보았다. 서울이 무엇이었는지, 현재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서울시의 미래를 위한 그의 계획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박 시장에게서 받고 싶고 배우고 싶어도 얻어낼 수 없는 것이 있다. 박 시장은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의 재능을 타고난 분이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며 필요성조차도 느끼지 못할 때, 그는 앞질러 생각하고 기획하며 실천했다.

한국에 아직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을 때 아름다운재단을 앞서서 만들어 뿌리내리게 했다. 국가균형발전의 과제가 인식되지 못할 당시에 그는 지방자치학교를 운영했고, 지금의 행정안전부에 귀속된 지역진흥센터를 먼저 설립한 바도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세계에 K-방역의 위상이 높아지기까지 박 시장의 과거 업적은 그 기여한바가 크다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선견지명의 업적들이 있지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오랫동안 한국, 일본, 중국의 동양문화를 연구해온 필자가 외국인으로서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지금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은 전체 아시아에서 최상이라고 본다.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도 선도적 위치의 시민정신으로 성숙되어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선각자들의 헌신이 있었겠지만, 박원순 이라는 이름 석자를 우리는 결코 빠뜨릴 수 없다.

사적으로도 필자는 박 시장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현재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다국적 싱크탱크인 아시아인스티튜트를 처음 설립할 당시에 박 시장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었다. 그때 학계와 NGO 단체 그리고 적지않은 회원들이 세미나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지만, 여러 부처에서 승인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서울시에서 개최하는 시민 정책토론에 참여하면서 박 시장은 싱크탱크로서 아시아인스티튜트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해 주었다. 교육청에서 싱크탱크로 승인되기까지의 복잡한 과정을 그는 마치 가족처럼 동반하며 도와주었다.

그리고 늦은 밤에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그에게 질의를 할 경우에도 곧 답장을 상세하게 작성해 보내 주기도 했다. 또, 미국에서 주요 학자가 서울을 세미나 차 방문했을 때, 갑작스런  일정임에도 참석해 주는 배려를 받기도 했다. 필자가 가장 잊을 수 없는 고마움은 2년 전에 출간했던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을 탈고할때 즈음이었다. 박 시장은 필자와 간행될 책에 관해서 깊이 있는  대화 시간을 나누었으며, 원고를 읽고 통찰력 있는 서문까지 써주었다.

박원순 시장이 책 서문에 붙인 제목은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길에 희망의 빛이 되어 주세요”이다. 지금 다시 보니 이 제목 자체에서 박 시장에 대한 기억과 향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에 ‘희망의 빛’을 환히 비추고 떠나는 삶이었다.

필자는 지난 2월에 미국 언론에서 미합중국 대통령선거에 무소속 출마선언을 한 바가 있다. 미국인이면서도 한국 국적인이기도 한 필자에게 박원순 시장은 롤모델로서의 한국정치인이었다. 그는 이미 떠났지만, 심경은 아직 떠나보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받기만 했고, 단 하나도 해드린 것이 없다. 당분간의 일정을 끊고 그와 유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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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30 01:10:50
우리 모두 빚을 갚아가길
박시장이 돌아오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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