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록 에세이-8] 이스라엘의 카이스트, 테크니온대학 총장
[윤종록 에세이-8] 이스라엘의 카이스트, 테크니온대학 총장
  • 윤종록 교수(jonglok.yoon@gmail.com)
  • 승인 2020.07.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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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후츠파로 일어서라' 저자인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의 새로운 이스라엘 스토리를 매주 금요일 연재 보도한다. 다음은 7월 ‘Month Two’ 스토리중 네번째 내용이다.

Month Two
1. 이스라엘의 국방은 보복하는데서 출발한다
2. 아이언돔에 얽힌 일화
3. 이스라엘 트럭운전자의 상상력
4. 이스라엘의 카이스트, 테크니온대학 총장
5. 이스라엘식 재벌의 모습
윤종록 가천대 석좌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윤종록 한양대학교 특훈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2012년, 이스라엘의 KAIST에 해당하는 Technion공대 '페렛 라비'총장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게되었다. 당시 <후츠파로 일어서라!>의 다큐 제작을 위해서 33명을 인터뷰 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분이었다. 13년간 총장으로 봉사한 후 금년 봄에 73세로 은퇴했다.

테크니온 공대는 1912년 개교했다. 1948년 건국되었으니 나라가 세워지기 36년 전에 개교한 셈이다. 이스라엘의 부산항에 해당하는 '하이파' 시가 내려다 보이는 멋진 언덕 위에 종합대학이 아닌 공과대학을 최초로 개교시킨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 같으면 국립 '히브리대학교'를 먼저 개교했을 법도 한데...

2000년만에 독립을 앞두고 그들은 고민했을 것이다. 자원이 없는 이 땅에 70여개 나라에서 유대인들이 밀려들텐데 그들을 받아들여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외에 해답이 없었을 것이다. 이 대학에서는 졸업생의 40%가 창업하거나 창업된 기업으로 합류하는 명실공히 창업대학이다. 

총장 인터뷰하러 가는 날 아침에 신문을 열었는데 마침 이스라엘 건국이래 최고의 굿 뉴스가 실려있었다. 하이파 항구 80km전방 지중해에서 50년간 쓸 수있는 천연개스가 발견된 것이다.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나지 않는 이 나라에 꿈같은 일이 생긴 것이다. 기억해 두었다가 총장 만나는 첫 인사로 에너지 발견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그런데 뜻 밖에 총장이 '쉿!' 하면서 내 말을 가로 막았다. 깜짝 놀랐다. 

총장은 진심어린 말투로 에너지가 너무 많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단다. 나는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었다. 요지는 에너지가 너무 풍족해지기 시작하면 젊은이들이 나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그들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역설적이게도 <부족함, 책, 공부>에서 찾고 있다. 그 중에서 출발선은 부족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동력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마침 내가 방문했던 2012년 그 해가 개교 100주년임과 동시에 화학과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하였던 터라 학교는 에너지로 충만하였다. 총장의 명함을 보니 뜻 밖에 의학박사였다. 공대총장이 의학박사라니 얼핏 이해가 어려웠다. 알고 봤더니 이스라엘의 테크니온에는 의대, 약대가 섞여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교육은 의사, 약사를 기르는 교육이 아니라 라이프 사이언스(Life Science)를 연구하는 곳이었다. 따라서 단 한명도 의사, 약사의 길을 가는 자는 없단다. 바로 그 힘이 30배나 많은 미국의 의과대학을 압도하는 의료보건 산업의 창업이었다.

사실, 테크니온에 의약대를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5년간 찬반토론을 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아 조건부로 가결했다고 한다. 의약대를 설치하되 절대로 의사, 약사 양성하는 교육을 하지 않고 의과학 만을 교육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페레스대통령이 제시한 "기억의 반대는 상상이다. 젊은이여 깊은바다, 높은 우주, 심오한 생명을 탐험하라!"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현재 이스라엘의 창업은 10년전 ICT중심에서 현재는 생명과학으로 바뀌고 있다. 내가 의대 정원을 30%늘려 추가 정원을 의사가 아닌 사이언스 트랙(Science Track)으로 유도하여 <생명과학 입국>을 주장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참고로 우리가 8%를 차지하고 있는 ICT산업의 전세계 규모는 4조 달러다. 그러나 생명과학 산업의 규모는 8조 달러에 달하지만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은 0.8%에 불과하다. 의대 졸업생의 겨우 3%만 사이언스 트랙을 밟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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