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논설위원 칼럼] 개인정보보호와 증거보전신청
[김형중 논설위원 칼럼] 개인정보보호와 증거보전신청
  • 김형중 논설위원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0.08.25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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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아파트의 관리소장들이 주민들의 회의 기록 공개 요청을 한 마디로 묵살한다. 부패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관리소장과 한통속일 때 이런 일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관리소장이 묵살하는 근거는 녹음 파일에 담긴 목소리가 개인정보라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다. 그런데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개인정보를 지운 녹음 파일을 주민에게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공무원들이 관리규약 준칙을 만들 때 이런 식의 형식적이며 유명무실한 조항을 넣지 말았어야 한다. 녹음 파일에서 개인정보를 제거하는 방안과 시한이 제시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녹음 파일에서 목소리를 제거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게 필터링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목소리를 뭉개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름 등 개인정보만 자동으로 제거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관리소장들은 저 유명무실한 조항을 근거로 배짱을 부리며 주민들과 맞선다. 시도도 해보지 않고 무조건 거부한다.

해결책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믿을만한 회장을 뽑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하는 방법이고, 마지막 하나는 규정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 방법으로 '믿을만한 회장'이 뽑히면 회장이 관리소장에게 자료를 제공하라고 한 마디 할 것이다. 그러면 다 해결된다. 제일 쉬운 방법인데 가정 어렵다는 게 아이러니다.

두 번째 방법은 주민이 민사소송을 하기 전에 판사에게 증거 확보가 반드시 필요함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 인지대 1,000원과 증거조사비용을 예납해야 한다.

관리소장이 아킬레스 건으로 생각해서 복사를 거부하는 모든 자료를 증거보전신청 절차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관리소장에게 얼굴 붉히지 않고 그런 자료를 다 구할 수 있다.

그래서 관리소장이 그냥 다 주는 게 상책이다. 법원에 내는 증거에 손을 대면 안 되니 주민 입장에서는 원본을 구할 수 있어서 더 좋다.

다만, 모든 공동주택 주민들이 증거보전신청에 나서면 법원의 업무가 늘어나고 주민들의 부담이 커진다. 행정부가 해야 할 일이 사법부로 넘겨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 번째 방법은 국토부가 규정 하나를 추가하면 된다. 공동주택 관리소장들에게 모든 회의의 녹음 파일을 녹취해서 문서 파일로 변환해 보관하도록 강행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주민이 회의 기록을 요청할 경우 문서 파일에서 개인정보를 제거하고 주면 된다. 

아울러 자료공개를 거부할 경우 관리주체에게 과태료 부과 등 처벌 규정도 추가해야 한다. 주민이 위탁을 맡긴 관리소장이 오히려 주민 위에 군림하는 일을 막으려면 국토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이런 게 정부가 그토록 바라는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다. 공동주택에서 회의가 열릴 때마다 녹취하는 일감이 생긴다. 인공지능 기술로 녹취할 수 있으나 그것도 새로운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여러 목소리가 겹쳐 웅성거리면 결국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 그래서 고용이 창출된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제가 너무 심해 빅데이터산업의 싹을 정부가 자르고 있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인간의 위대함은 막히면 돌파구를 찾아내는 능력에 있다.

프라이버시도 지켜주면서 데이터의 공유가 가능한 방안들을 많이 찾아내 행정 낭비를 줄이고 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아울러 빅데이터 산업의 숨통도 틔워야 한다. 한국의 선도형 경제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이 기사의 영문버전은 다음 링크에서 볼수있다.

http://www.koreait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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